'오징어게임' 이정재 “공감되는 현실이 서글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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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
“바닥까지 추락한 기훈 역할
연기 변신 갈증에 출연 결정
댓글·패러디 보며 인기 실감”


내년이면 데뷔 30년을 맞는 배우 이정재는 그야말로 ‘천(千)의 얼굴’이다.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 옷을 입을 때마다 ‘변신의 귀재’ 카멜레온같이 모습을 이리저리 바꾸어 낸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재희와 영화 ‘신세계’의 이자성이었던 그가 수양대군(‘관상’)과 염라대왕(‘신과 함께’), 독립군 변절자(‘암살’), 사이코패스 조폭(‘다만악’)을 거치더니 이번엔 누구보다 추레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기훈으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선 이정재는 “댓글과 패러디 영상 등을 보면서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정재는 이 작품에서 실직 후 이혼하고 도박장을 전전하는 등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한 ‘성기훈’을 연기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확실히 오징어가 되긴 했다”며 “완성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내 모습을 보고)한참 웃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감독님이 기훈 역할을 제안해 주셨을 때 반가웠어요. 그동안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잖아요. 연기 변신을 하고 싶은 갈증이 있어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죠. ‘이건 잘못된 것’이라며 무시무시한 세계로 다시 뛰어 들어가는 기훈의 용감한 정의도 좋았어요.”

‘오징어 게임’ 속 기훈은 456억 원의 상금을 얻기 위해 총 6가지 게임에 도전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달고나 뽑기’ ‘구슬 치기’ 등이다. 참여 비용은 자신의 목숨이다. 이정재는 “어린 시절 하던 놀이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설정이 기이해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게임을 하나씩 거칠수록 변화하는 기훈의 감정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며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연기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재미난 게임 뒷이야기도 곁들였다. 이정재는 “실제 세트장이 너무 잘 만들어졌더라”며 “촬영 가면 세트 앞에서 사진 찍기 바빴다”고 회상했다. 제일 어려웠던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였단다. “쉽지 않았어요. 1.5~2m 정도 되는 높이에 강화유리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고 건너야 했죠. 뛰는 게 잘 안되더라고요. 발에 땀이 나서 자꾸 미끄러지기도 했죠.”

인터뷰 말미에 이정재는 “기훈을 연기하면서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캐릭터의 시작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이슈를 담고 있어 마음이 무겁더라”며 “기훈이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발버둥 치는 장면을 찍을 때 마음이 슬펐다”고 털어놨다. “게임 도중에 기훈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어요. 실제로 우리 사회에도 ‘이러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이런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 서글프네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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