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영웅도 승자도 없는 작품”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황동혁 감독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열풍
흥행 비결은 ‘단순한 구조’
당분간 시즌2는 못 만들 듯”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어요. 인종이나 나이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이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야심으로 시작했죠.”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시작을 이렇게 돌아봤다. 황 감독은 최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기간 전 세계에서 열풍이 불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7년 영화 ‘마이 파더’로 충무로에 데뷔한 황 감독은 영화 ‘도가니’와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만든 실력 있는 연출자다. ‘오징어 게임’은 황 감독이 처음 도전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이 작품은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극한의 게임에 도전한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은 ‘달고나 뽑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국 시청자들이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를 재료로 사용하고, 스릴러적인 게임 진행 방식을 입혀 소구력 있는 콘텐츠로 완성했다.

황 감독은 작품 인기 비결을 ‘단순한 구조’ 덕분이라고 봤다. 그는 “작품 속 등장하는 놀이가 모두 간단하다”며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에게 감정 이입해 몰입할 수 있는 점이 재미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라면서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옛날 놀이가 세계적인 호소력이 있을 거란 가능성을 보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이 이 작품을 2008년 처음 기획했다. 당시 ‘난해하고 기괴’하단 평가가 지배적이라 드라마 초고를 발전시키지 못했단다. 그렇게 서랍 안에서 잠자던 ‘오징어 게임’은 10년 뒤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맡으며 빛을 발하게 됐다. 황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현실감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10년 만에 세상이 서바이벌에 어울리는 서글픈 세상이 된 것 같아 슬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은 ‘루저’들 이야기다. 어떤 영웅이나 승자가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평범했던 기훈은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뒤 바닥까지 추락하기 시작해요. 여기에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사건을 레퍼런스로 활용했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훈과 같은 상황에 몰릴 수 있죠.”

기대 이상의 흥행을 끌어낸 덕분에 시즌2에 대한 관심이 크다. 황 감독은 “시즌1을 혼자 각본 쓰고 제작하고 연출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당시 이가 6개 빠졌다. 지금 임플란트를 했는데 시즌2를 혼자 하면 틀니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분간 시즌2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오징어 게임’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영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걸 먼저 할 것 같아요.” 남유정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