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타버스와 게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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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용 동의대학교 ICT공과대학 학장 게임공학과 교수

“아침에 눈을 뜨고, 스마트폰과 함께 약속 장소로 접속한다. 이미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차를 마시면서 여행계획을 짠다. 다시 게임 속 아바타를 움직여 회사로 출근한다. 동료들과 회의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해외에 있는 거래처와 미팅도 진행한다. 아바타의 옷을 갈아입히고 약속장소인 프랑스 파리로 이동한다. 에펠탑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헤어진다.”

이렇게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들을 했지만 집 밖으로는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모두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특히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 바로 메타버스다.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업무회의와 신입사원 연수 등 메타버스의 다양한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상의 점포를 열고 아바타에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다. ‘제2의 나’를 만들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물리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해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는 분명히 매력적인 플랫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가상현실 속에서 나를 대신한 아바타가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것이 과연 새로운 개념인가를 되짚어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게임 속으로 들어간 유저는 게임 속의 역할을 담당하고 다른 유저들이 생성한 캐릭터들과 힘을 합쳐 몬스터를 사냥하고 서로 아이템들을 나누며 때로는 경쟁을 통해 대립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게임의 콘텐츠에 따라 게임 속 내 아바타는 자유자재로 마법을 쓰는 마법사도 될 수 있고, 나보다 훨씬 덩치가 큰 몬스터를 꼼짝 못하게 하는 전사도 될 수 있다. 게임 속에서 가장 좋은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대장장이도 될 수 있으며,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도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속의 세상이 현실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콘텐츠 속에서의 자유로움은 익명성의 보장과 기술력의 뒷받침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온라인 공간이라는 제2의 공간적 제약성을 가져오고 이것은 현실과 온라인 사이의 거리감만 더욱 키우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메타버스가 일상의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메타버스 속에서 바다를 보는 것과 현실에서 바다를 보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가상현실 속 바다를 보며 ‘내가 지금 바다에 와 있다’고 느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메타버스는 분명히 좋은 플랫폼이고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다.

게임 속에서 아무리 뛰어난 전사가 되었다고 해서 실제 생활에서도 칼을 휘두를 수는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히려 메타버스의 가능성에만 주목하여 실생활보다 온라인 속 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우리의 삶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줄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임에는 분명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된 가능성과 장점들만이 과도하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또 메타버스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아직은 없다. 메타버스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렇게 바뀌어 갈 미래를 위해 모든 이의 삶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시작되었고 또한 바로 우리들의 발등까지 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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