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의 믹스트존] 박지성의 개고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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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기자

최근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이 전성기를 보낸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팬에게 일침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맨유 구단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박지성은 선수시절 자신의 응원가, 이른바 ‘개고기송’을 언급했다. 차별과 조롱이 섞인 노래를 그만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노래는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 그래도 임대 주택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 나아’라는 내용이다. 한국, 리버풀, 임대주택 거주자까지 싸잡아 폄하한다.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 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8월, 황희찬의 울버햄프턴 입단식이 열리던 순간 원정 응원을 떠난 맨유 팬들이 이 노래를 소환했다.

그는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며 차별적 표현이 담긴 응원을 멈출 것을 당부했다. 차별이 후배에게 대물림 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작심발언이다. ‘훌리건’으로 대표되는 잉글랜드의 응원 문화는 유난스럽기로 이름이 높다. 거친 응원이 그들의 고유 문화라 하더라도 더 이상 차별과 혐오가 용인돼선 안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잉글랜드 혹은 유럽 축구에서만 일어날까. 우리나라도 경기장 관중석에 걸린 현수막 혹은 인터넷 공간에서 상대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익숙한 요즘, 스포츠의 혐오는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린다. 최근 인터넷 포털을 통해 프로야구 경기 생중계 방송을 보면 화면 옆 채팅창에 눈을 의심케 하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상대 팀과 선수에 대한 욕설뿐만 아니라 연고지에 대한 지역 혐오적 발언이 서슴지 않고 등장한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오르내리길 반복한다.

이런 글은 포털 ‘클린봇’이 금세 지우지만, 오히려 이를 믿고 마음껏 내뱉는 느낌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반응해주길 기다린다. 관중석이 아닌 가상 공간에 숨어 개고기송을 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마디씩 던지는 혐오가 집단을 이루면 그 칼끝은 먼저 소수의 약자를 향하고, 끝에는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파괴한다. 개고기송처럼 선수도 불편해하는 응원은 팀의 사기에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갈등에 지친 대중이 프로 스포츠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상대방을 깎아내린다고 나와 나의 팀이 우월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의 형편없는 인식 수준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박지성의 일침은 우리 주변에도 개고기송이 없는지 되돌아볼 계기를 제공했다.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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