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상영작 리뷰] 김덕중 감독 ‘컨버세이션’…깊은 교감에 이르는 불완전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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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에듀케이션’이란 조용하고도 묵직한 데뷔작을 공개했던 김덕중 감독이 2년 만에 ‘컨버세이션’이란 신작과 함께 우리를 찾아왔다. ‘컨버세이션’은 제목 그대로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다. 3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 혹은 그중 2명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영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각각의 대화들은 간혹 선형성을 지니기도 하지만 대체로 서로 무관한 내용으로, 서로 다른 시공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남자 셋 여자 셋 대화로 채운 스크린
단박에 알아듣기 어렵지만 묘한 소통

이 6명의 인물은 현재와 과거, 결혼과 가정, 유학 생활, 인간관계, 자존감, 현실, 미래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대화들은 그 내용과 공간뿐만 아니라 형식과 온도도 제각각이다. 한 명만 등장해 편지를 쓰며 말을 전하기도 하고, 때론 같이 있지만 서로 같은 얘길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또 서로 다른 마음으로 날카로운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신묘하게 온전한 대화가 성사되기도 한다.

요컨대 ‘컨버세이션’은 애초에 통합된 이야기나 인물관계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다. 과거와 현재, 여기와 저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제각각 다른 모양을 가진 대화들을 나열하며 보여 준다.

그렇다면 도대체 영화는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이렇다 할 사건도, 딱히 통합된 이야기도 없이 번갈아 가며 대화만 주야장천 나누는 이 영화에서는 심지어 그 대화마저도 서로 다른 시공간으로 나뉘어 있어 어딘가 미완의 상태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컨버세이션’은 제목을 충실히 따르며 무수한 대화를 보여 주지만, 한편으론 제목과 달리 그 대화들을 깔끔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의지는 그다지 없어 보인다.

가령 은영(조은지)과 택시에서 대화를 나누는 기사는 결국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화면 저편에서 목소리만 나타났다 사라져 버린다. 또 대화의 중간중간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 팝콘 먹는 소리, 극장 속 영화 소리 등 사운드의 침범과 중첩이 대화를 흐릿하게 만든다. 애초에 인물들부터가 술에 취해 꼬인 발음으로 단번에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을 던지기도 한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뭘 듣고, 무엇을 느껴야 할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실제로 나누는 대화도 ‘컨버세이션’의 소란한 대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의 대화는 방음부스 속이 아닌 현실에서 이뤄지기에 언제나 소음을 동반한다. 또 우리가 아무리 대화를 나눈들 어떤 이는 결코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또 반대로, 때로 우리는 별다른 말 한마디 없이 내 옆의 누군가와 깊은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그렇기에 대화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미완성일 수밖에 없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귀중하고 아름다운 행위이기도 하다. 어쩌면 ‘컨버세이션’의 소란하고 명료하지 않은 대화들은 바로 이 불완전하고 아름다운 교감의 순간들을 담으려 한 건 아닐까. ‘쓰잘데기’없고 공허하기만 한, 아무 의미가 없어서 오히려 우리를 충만하게 해 주는 작은 수다들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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