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구로사와 감독 팬클럽 만든다면 회장 놓고 둘이 대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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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BIFF 최대 화제 한·일 거장의 특별 대담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감독이 부산에서 만났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행사로 가장 빨리 매진된 티켓 중 하나가 바로 ‘봉준호×하마구치 류스케 스페셜 토크’다. 올해 BIFF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받은 하마구치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 2편을 연속 상영한 후, 두 감독은 부산에서 뜨거운 ‘영화 대화’를 나눴다.

봉준호 감독
유쾌한 입담으로 대화 이끌어
“직업적인 비밀 캐내려고 한다
오늘 미친듯이 질문하겠다”
“영화 ‘우연과 상상’ 속 소설가
아픈 신하균 배우와 닮았다”
토크 현장 웃음바다로 만들어

■유쾌함 가득한 현장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스페셜 토크의 열기는 뜨거웠다. 오전 9시부터 2편의 영화 상영 후 각각 ‘관객과의 대화’(GV) 끝에 오후 5시께 두 감독은 마주 앉았다.

봉준호 감독은 2년 전 ‘기생충’(2019)의 BIFF 상영 때도 부산을 찾지 못했다. 당시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한 ‘오스카 레이스’가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담은 두 감독이 서로의 팬을 자처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사될 수 있었다. 봉 감독이 함께 등장한 하마구치 감독을 바라보며 “직업적인 비밀을 캐내려고 한다”며 “오늘 제가 미친 듯이 질문을 하겠다”고 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봉 감독은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현장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봉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에 자주 등장한 자동차 신을 언급하면서 “저 같은 (덩치의)사람은 차 뒷좌석에 숨어 촬영하기 힘들다”고 말하거나 “아시아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팬클럽을 만든다면 아마 하마구치 감독과 제가 팬클럽 회장을 두고 대결할 것”이라고 말할 땐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하마구치 감독이 대담 중에 “봉 감독의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옷이 하나씩 벗겨지는 기분”이라고 하자 봉 감독은 “저는 벌써 외투를 벗었다. 부산 날씨 덥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봉 감독 질문에 답하다 보니
옷이 하나씩 벗겨지는 기분”
“로메르 감독·홍상수 감독 존경
연기 지시 디테일하게 안 하고
배우가 자연스럽게 연기하게”
영화 만들 때 불안한 감정 커

■‘같고도 다른’ 두 감독의 영화 대화

봉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의 작품이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 감독이나 한국의 홍상수 감독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질문하기도 했다. 직업 배우와 비직업 배우를 함께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이창동 감독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실제로 하마구치 감독의 두 작품은 대부분이 ‘대화’를 기반으로 이뤄져 있고, 기성 배우와 비직업 배우가 함께 작업을 많이 한다.

하마구치 감독은 “봉 감독님 말씀대로 로메르 감독과 홍상수 감독을 존경한다”며 “배우에 대해서는 연기 지시를 디테일하게 주기보다는 배우가 자연스럽게 연기하도록 유도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같은 영화 감독으로서 두 사람은 공감을 기반으로 한 대화를 이어갔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 대사를 읽어 보게 하기보다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대화를 하면서 배우를 알아간다든지, 역시 영화를 만들 때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크다든지 하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는 유쾌함이 가득했다. 봉 감독은 “‘우연과 상상’에 나오는 소설가는 ‘아픈 신하균’ 배우와 닮았다”고 말해 객석이 그야말로 웃음으로 가득찼다.

오후 6시 30분까지 예정됐던 행사는 관객 질문까지 받으며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관객의 질문을 받은 하마구치 관객은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드라이브 마이 카’는 원래 일부 부산에서 찍을 예정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내한이 어려워서 마지막 장면은 한국 스태프가 찍은 장면을 받아 이어붙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의 표정은 밝았다. 김소마(39·부산 서구) 씨는 “봉준호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질문해 주셔서 궁금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었다”고 말했다.

한편, 많은 관객을 수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BIFF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두 감독의 대담을 생중계했는데, 평균 430명의 관객이 자리를 지켜 이 행사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줬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사진=김영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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