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불고 가만히 있어도 됩니다” 비접촉 음주운전 단속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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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부셔도 되고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지난 7일 오후 9시께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해수욕장 삼거리. 한 경찰관이 도시철도 장산역 방향으로 가는 차량을 세우더니 ‘음주운전 단속 복합감지기’를 운전석에 들이밀며 말했다. 운전자 입에서 5~10cm가량 떨어진 복합감지기에 ‘파란 불빛’이 나타나자 경찰은 차량을 그대로 보냈다.

해운대서 등 부산에 94대 배치
입가 주변 공기 흡입 음주 측정
코로나19 시대 새 트렌드 눈길

한글날 대체공휴일이 포함된 연휴를 앞두고 해운대경찰서는 이날 대대적인 음주 단속에 나섰다. 경찰차 4대와 경찰관 14명을 현장에 투입했고, 지난달 도입된 신형 복합감지기를 최대한 활용했다. 이 감지기는 공기 흡입 모터가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고, 센서가 알코올 성분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해운대경찰서 6대를 포함해 부산에 총 94대가 새로 배치됐다. 새 장비를 통한 단속이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신형 복합감지기는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비접촉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운전자 입가 주변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정밀도가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해운대경찰서 이승현 교통과장은 “예전처럼 운전자가 숨을 불어넣지 않아도 돼 측정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께 경찰이 3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 안에 복합감지기를 넣었더니 빨간 불빛이 들어왔다. 경찰은 차량 밖으로 남성을 나오게 한 뒤 물로 입을 헹구게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옛 음주측정기에 그가 숨을 불어넣자 혈중알코올농도는 0.048%로 측정됐다.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단속 경찰관은 “점심시간에 맥주를 한 잔 마셨다는데 사실상 술을 마신 직후 운전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신형 복합감지기도 가끔 차량 내부에 있는 다른 물질에 반응하기도 했다. 이날 알코올 성분 손 소독제나 방향제를 지닌 일부 차량에서는 빨간 불빛이 들어왔다. 이러한 경우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린 뒤 입가 주변에서 다시 측정하는데, 외부에서는 파란 불빛이 나타났다.

해운대경찰서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단속을 진행해 면허정지 수준 음주운전 2건, 무등록 이륜차 3건, 신호 위반과 안전모 미착용 등 18건을 적발했다. 해운대구에서는 올해 8월 음주운전 40건과 음주사고 14건이 발생했고, 지난달에는 각각 54건과 24건으로 늘어난 상태다. 해운대경찰서는 연휴 기간에 해수욕장이나 식당가 등에서 단속을 계속한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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