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글의 영욕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훈민정음(訓民正音). 세종대왕이 1443년 만백성의 문자 소통을 위해 창제해 1446년 반포한 한글을 이르는 말이다. 풀이하자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다. 11일은 훈민정음 반포 575돌을 기념하고 세종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한글날(10월 9일)의 대체공휴일이다. 이 국경일이 토요일과 겹치는 바람에 월요일 하루 온 국민이 쉴 수 있게 됐다.

지금 세종이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한글을 만든 보람을 느낄 게 분명하다. 지구촌 청소년과 청년층이 세계 대중음악계를 휩쓸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감상하고 배우느라 한글을 열심히 익히고 있어서다. BTS 팬클럽 ‘아미’들은 노랫말을 이해하려는 목적의 한글 공부에서 나아가 한글날 축하 행사를 여는 등 한글 전파에도 앞장서고 있어 고무적이다.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열광시킬 때 비슷한 열풍이 일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너 나 할 것 없이 흥겹게 말춤을 추면서 한글 가사를 따라 불렀다. 요즘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가 지구상에서 뜨고 있는 건 모든 발음을 쉽게 표기할 수 있는 글자인 한글 덕분이지 싶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는 1997년 출간한 자신의 베스트셀러 에서 한글을 “가장 독창적이고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했다. 한글은 이런 장점을 인정받아 같은 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한글 최대의 경사다. 2009년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부족 말을 표기하는 공식 문자로 채택한 것도 한글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일 테다. 한글은 세계화·정보화·온라인 시대에 정보 전달력이나 자판 입력 속도 측면에서 세계 6800여 종의 언어 체계 중 가장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소통 도구라는 국내외 평가가 잇따른다.

이와 달리 인터넷과 SNS에서는 우리 국민 스스로 한글 파괴를 마구 일삼아 문제가 심각하다. 뜻을 알기 힘든 줄임말과 욕설, 비속어, 은어, 국적 불명의 신조어 등을 무분별하게 남용해 우리글과 말을 만신창이로 만든다. 방송사 프로그램과 유튜브 동영상의 자막에도 한글 오남용 사례는 수두룩하다. 한글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무관심이 빚은 현상이다. 우리글의 우수성과 진정한 가치를 돌아볼 때다. 모두가 한글을 욕보이는 즉흥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삼가고, 언어 사용의 품격을 높이는 데 애쓸 일이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