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가족 해체된 선진국들, 20년 전부터 다양한 가족 형태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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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정부는 새 가족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다양성’이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가족 유형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추진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새 가족 정책은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법적·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현재 정부는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형태를 기준으로 복지 제도를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 부부, 미혼 부모, 한부모 가족 등의 가족 형태는 정책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응급수술, 출산, 피부양자 등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일부 시민들을 사실상 지원에서 배제해 문제로 지적돼왔다.

덴마크 등 일찍이 법·제도 보완
우리나라도 전통적 가족관 변화
달라진 인식과 제도 간극 메워야

반면 한국인의 전통적 가족관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61%)은 법령상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넓히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10명 중 7명(69%)이 동의했다.

해외에서는 제도적으로 ‘정상가족’이 해체된 곳이 많다. 덴마크의 경우 1989년 ‘파트너십 등록제’를 도입했다. 성별과 관계없이 성인 2명이 서로를 파트너로 등록하면 재산상속이나 사회보장 등 기존 결혼 관계와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 정책을 법제화했다. 성별과 무관하게 두 사람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면 혼인 관계와 크게 차이 없는 법적 권리와 의무를 인정받을 수 있다. 서류 한 장으로 국가로부터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이처럼 20년 전부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사회 안에 포용한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가족 형태를 선택한 이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연구위원팀이 2016년에 동거를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1%가 ‘정부에서 받는 지원이나 서비스 혜택 등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여성가족부의 새 가족 정책은 이러한 급변하는 인식과 현실의 제도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가족구성권연구소의 이종걸 연구위원은 “가족의 형태가 상호 돌봄과 연대, 결합의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활동반자 관계의 제도적 인정은 가족 상황과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을 직접 해소하는 방안이며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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