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이러다 다 죽어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고통을 겪은 지 1년 반이 넘었다. 지난해 3월 개학과 함께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수업으로 출발했을 때만 해도 한 보름 지나면 다시 대면 수업으로 돌아갈 것 같았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11월에는 코로나와 함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1년 반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진행되었던 엄청난 압축을 실감한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아주 천천히 진행되었을 일들이 모든 면에서 너무나 빠르게 변화되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어느새 사람들은 비대면 일 처리에 익숙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요되면서 물건의 구입도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어지간한 일들에는 얼굴을 비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엄청난 압축 실감
변화는 4차 산업혁명과도 연결
자동화·정보화로 일자리 줄고
생계 안전판 역할 자영업 치명타
코로나 끝나도 되돌릴 수 없어
당장의 생존 위해 돈 더 풀어야
1997년의 외환위기 때가 떠오른다. 외채를 갚고 경제가 안정되면 떠났던 예전의 직장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위기로 일자리를 잃었던 많은 사람을 기다린 것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자리였고, 고용의 안정성은 급속히 흔들렸다. 그래도 그때는 자영업이라는 피난처가 밀려난 사람들을 받아 주었다.
코로나 사태를 전후하여 나타난 변화는 4차 산업혁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일찍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강조하였듯이 지식정보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로 부와 권력이 이동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카카오와 네이버만큼 빠르게 계열 기업을 늘린 그룹은 일찍이 없었다. 이른바 플랫폼 기업들의 위력이다.
몇 년 전에 설립된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수십 년간 자리를 잡아 온 제조 대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흐름 속에서 창업자들은 엄청난 창업이익을 챙겨 가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가 창출되고 부자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어마어마한 부의 축적이야말로,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서울의 집값을 올리고 뒷받침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그런 반면 지식과 정보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지역의 기회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자동화와 정보화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고, 단순반복적인 노동에 대한 대가는 형편없이 박하다. 정보와 지식의 서울 집중은 수도권의 기업집중을 낳고 있다. 게다가 정보화에 기반을 둔 비대면 사회로의 진전은 이제까지 불안한 생계의 안전판 역할을 하였던 자영업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은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서 더욱 압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결코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제때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마지못해 여론에 밀려 생색내듯이 지원책을 조금씩 펴고 있는 정부를 보면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실제로 지금 우리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생각은 아주 구식이다. 재정이 더 팽창될 경우, 마치 큰일 날 것이라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있고 국민과 나라를 살리는 것일 수도 있다. 코로나 침체 속에서 전세 가격이 너무나 올라 생활 의욕까지 잃어버린 젊은이들, 장사를 못 해 빚에 몰린 자영업자들 그리고 일자리가 없어 소득원이 끊긴 사람들이 삶의 의욕을 찾고 새 출발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도움이 있어야 한다.
생존 게임에 몰린 사람들의 고통스럽고 절박한 이야기를 담은 우리나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 이어, 세계를 완전히 평정하였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두 작품 모두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불평등을 그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한국에서는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그리고 지역은 지역대로 죽기살기식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자살률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수십 년 후의 재정을 걱정하면서 곳간을 잠글 것이 아니라 당장의 국민들의 생존과 세대의 재생산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돈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지난달까지도 재난지원금 100%를 주지 않기 위해 온갖 몽니를 다 부렸다. 이것을 제어해야 하는 것이 정치권인데 겉돌기는 마찬가지다. ‘오징어 게임’에서 1번 명찰을 달고 나온 오일남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이러다 다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