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난방비 아낄 방법 없나요?” 부산에도 ‘적정기술’ 싹 튼다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경실련이 적정기술 개발을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식(위)과 한 행사에서 적정기술이 사용된 ‘휴대용 정수 빨대’(Life Straw)를 체험하는 모습. 부산테크노파크 제공·연합뉴스
이노마드의 박혜린 대표는 2016년 세계 최초의 휴대용 수력발전기 ‘우노’를 개발했다. 우노는 터빈을 갖춘 배터리 일체형 수력발전기로, 흐르는 물에서 4시간 정도 충전하면 휴대전화 완충도 여러 번 가능하다. 박 대표는 인도 여행 등을 통해 경험한 소외계층의 전력 소외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았고, 결국 제품 개발까지 성공했다.
박 대표의 기술은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정의라는 시대적 요구와도 맞아떨어졌다. 이런 기술이 바로 ‘적정기술’이라고 불린다. 부산대 무역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2014년 5월 이노마드를 설립했고, 현재 정부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경제산업분과 민간위원으로도 참여 중이다.
‘소외계층 삶 개선’ 정의로운 기술
아프리카 물통 ‘큐드럼’ 등 눈길
지역업체, 휴대용 수력발전기 개발
부산TP-경실련 기술 개발 ‘맞손’
적정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력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이 발전기를 넣은 축구공을 30분간 굴리고 뛰어놀면 LED 등을 3시간 동안 켤 수 있는 기술도 쓰이고 있고, 힘 들이지 않고 적지 않은 양의 물을 운반할 수 있는 물통 ‘큐드럼(Q-drum)’도 있다. 박테리아 미생물을 99% 제거할 수 있는 정수 빨대인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도 아프리카 등 식수가 부족한 지역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이처럼 소외계층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정의로운 기술, 적정기술 개발에 지역 공공기관인 부산테크노파크(이하 부산TP)도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TP는 기관 전문성을 살려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정기술을 선택했다.
부산TP는 지난 6일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적정기술 개발을 통한 지역 사회공헌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형균 부산TP 원장은 “적정기술 개발 논의를 이어가던 중 부산TP 혁신위원회에 참여한 부산경실련과 뜻을 함께하게 됐고,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기관은 앞으로 적정기술 개발 워킹그룹을 공동 운영하며, 지역 사회 문제 도출과 적정기술 수요 발굴, 해결방안 모색 등을 거쳐 기술 개발에 나선다.
김 원장은 앞서 취임 직후였던 올 7월 〈부산일보〉 인터뷰에서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할 때 조사해 보니 산복도로 주민들 난방비가 아파트 주민들보다 훨씬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너지 정의 관점에서도 정의롭지 못하다”면서 “고지대 사람들이 난방비를 적게 낼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부산에서 적정기술이 필요한 분야의 예를 들었다.
부산에서 적정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이외에도 많다. 공공 분야에서 기술 강점을 가진 부산TP의 새 시도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부산TP와 손을 맞잡기로 한 부산경실련의 조용언 집행위원장도 “협약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에는 모두가 함께 누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부산TP와의 협업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