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알고리즘에 좌우되는 대통령 선거?
디지털 에디터

“백신 패스 없으면 대선 투표 제한.”
근거 없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반정부 댓글이 쏟아진다. 때아닌 ‘참정권 박탈론’은 위헌론 시비에 이어 선거 조작설로 발전하며 기름을 부은 듯 들끓는다. 급기야 궐기를 주창하는 유튜브 링크가 인기리에 돌아다닌다.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최근 일어난 소동이다.
포털 AI 뉴스 추천 제한 추진은
뉴스의 ‘여론 형성’ 공공성 때문
선거 뉴스만큼은 편향에 안 빠지게
연말 여야 합의 때 대책 내놔야
대선 뉴스만이라도 알고리즘 중단
선거만큼은 AI 의존 말고 사람이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언론 매체)의 금과옥조 ‘팩트 체크’를 거치지 않은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시대다. 과거 인터넷 등장 전에는 논란이 생기면 ‘신문에 보도됐다’는 말 한마디로 판정이 내려지는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손안의 스마트폰을 열면 흥미로운 세상 소식이 넘쳐난다.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 함정이 있다. 나아가 진실보다는 강한 목소리가 더 솔깃하게 받아들여져 클릭을 독차지한다는 것이 맹점이다. 이른바 확증 편향 부작용이다.
확증 편향에 빠지게 하는 주범은 익히 알려진 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이다.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서 관심사를 알아내고, 이에 바탕해서 유사 관심사를 추천하는 식이다.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까닭은 방문자를 더 오래 붙잡아 두고 더 많은 페이지를 열게 해야 광고 수익이 늘어나서다.
문제는 뉴스다. 저널리즘에 알고리즘이 접목되었을 때다. 포털 뉴스를 배열하는 AI 알고리즘의 불공정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된 상태다. 그 까닭은 뉴스가 여론을 형성하는 공공재라서다.
이 문제의 또 다른 본질은 전 세계에서 유독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괴리다. 공들여 취재하고 팩트 체크를 거치는 언론사 사이트는 외면 당하고 무제한 무료로 뉴스를 제공하는 거대 플랫폼은 트래픽이 폭주한다. 그 결과 저널리즘의 가치 대신 수익성을 좇는 알고리즘이 득세한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인은 언론사 사이트에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4%로 전 세계 46개국(평균 25%) 중 꼴찌다. 포털과 검색 사이트에서 뉴스를 읽는 비중은 77%로 1위(평균 33%)다.
한국의 뉴스 소비자는 확증 편향의 우려가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뉴스를 접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수익을 올리려 고안된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깜깜이 공론장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바람직한 공론장, 현실적으로는 온라인 뉴스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문제 의식 속에 국회에는 다양한 언론 관련 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의 열전에 가려졌지만 함께 제출된 신문법 개정안은 포털에서 알고리즘 적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짜 뉴스와 함께 뉴스 편식의 부작용은 공론장을 왜곡하고 숙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짚어 볼 오해가 있다. 사람보다 AI 뉴스 배열이 중립적이라는 관념이다.
지난해 미국 인공지능학회(AAAI) 산하 웹 및 소셜미디어 국제학회에는 알고리즘 추천의 편향성을 보여 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AI와 인간 편집자가 나눠 뉴스를 배열하는 애플뉴스에서 2개월간 추천된 매체와 뉴스를 분석했더니 AI가 선택한 상위 10개 매체의 뉴스 비중이 74.8%, 인간 편집자의 경우 55.7%였다. AI는 매체 쏠림 현상이 나타난 반면 사람은 다양성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AI는 스포츠와 연예 뉴스 추천이 확연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알고리즘이 그 원인이다.
신문은 경향성이 있더라도 ‘팩트 자체는 보도한다’는 원칙을 유지한다. 시쳇말로 ‘마음에 안 들어도 팩트라면 작게라도 취급한다’는 식이다. 이러한 신문의 미덕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통하지 않는다. 관심사와 배치되면 원천 배제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뉴스와 견해를 공유하는 것은 공론장의 건강성, 나아가 국가 통합에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포털 알고리즘의 투명성, 적절성, 개인의 선택 가능성 등을 따져 봐야 할 이유다.
여야 합의 기구가 연내에 언론 관련 법을 논의한다. 대선을 앞둔 마당에 적어도 대통령 선거를 다루는 뉴스만큼은 편향의 바다에 빠지지 않는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정치 뉴스에 대한 알고리즘 추천을 없애는 실험을 해 보면 어떨까. 대선 뉴스만 떼어 내서 알고리즘 추천을 적용하지 않는 식이다. 콘텐츠 제휴 언론사에서 노출하거나, 구독 기반 제공, 아웃링크 등 여러 방법이 있다.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만큼은 AI에 맡기지 말고 사람이 하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