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술 마시다 공천” 지방의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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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의 어느 대학생 토크콘서트에서 있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기초의원 관련 발언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문제의 발언을 요약하면 ‘동네 중장년 남성들이 밤늦게 술 마시면서 형님 동생 하며 나쁜 짓 좀 하다 사람 모아 조직을 만들면 되는 게 지금의 기초의원’이라는 것이다. 기초의원을 비하하는 것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부산의 구·군의회 의장들이 12일 “심각한 모욕”이라며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등 기초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무시한 부적절한 표현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초의원에 대한 이 대표의 견해를 마냥 비난만 할 일도 아니다.

할 일 않고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 여전
스스로 자질·역량 높여 신뢰 회복해야

이날 발언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젊은 층이 기초의원에 보다 많이 도전하라며 격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 대표가 기초의원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전에도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는 지방의원들의 역량이 치열하게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의 노력과 열정에 비해 부족하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도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시험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돌발적인 게 아닌 셈이다. 기존 공천 시스템을 바꿔 현 기초의원을 대폭 물갈이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일 수도 있다.

이 대표의 그러한 인식이 현역 기초의원에게는 대단히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실상 기초의회 무용론은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다. 음주 뺑소니를 비롯해 성 추문에 업무추진비 유용까지 일부 기초의원들의 몰지각한 행태 때문에 ‘종합 비위 세트’라 비난받는 기초의회도 여럿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지역민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대규모 연수를 계획한 기초의회도 있었다. 가 기획해 최근 보도한 ‘우리 동네 일꾼 성적표’를 보면 부산의 기초지자체 조례 90%는 다른 지자체 것을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요컨대 기초의원들이 마땅히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제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한 것이다.

기초의원들 모두가 자질이 부족하다거나 불법을 저지른다는 식으로 매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실제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거리를 누비며 묵묵히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기초의원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현실을 시원하게 말한 것”이라거나 “시민 혈세를 유용하며 자기들끼리 형님 동생 하면서 다 해 먹는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그런 조소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초의원의 현 위상은 안타까운 것이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기초의원들은 지난 관행을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자질과 역량을 높임으로써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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