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오징어 게임’ 놀이 열풍, 괜찮을까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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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드라마 속 놀이도 초등학생 사이에서 다시금 유행한다.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놀이들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는 이 같은 관심이 행여 청소년관람 불가인 드라마의 관람과 폭력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옛 놀이
새 문화로 인식, 아이들 사이 유행
폭력적 장면 많아 ‘청소년 관람 불가’
총 쏘기 등 따라하기 학부모들 걱정도

해운대구에 사는 박진완(47) 씨는 초등 4학년 딸이 학교 체육시간 때 반 친구들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과 유튜브에 빠져 있던 딸이 늘 안타까웠던 박 씨는 딸의 야외 활동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박 씨는 “딸이 남녀 구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데다 재미까지 있었다며 즐거워했다”며 “놀이를 통해 사회성도 기를 수 있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기회도 생겨 좋다”고 전했다.

실제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유행이다. 코로나19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야외 활동이나 신체 활동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유행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 박 모(29) 씨는 “복도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이나 6학년들이 쉬는 시간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것이 대세”라면서 “최근에 반 아이들을 데리고 청소년체험센터로 현장학습을 갔는데,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누구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놀이를 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외에도 ‘오징어놀이’ ‘딱지치기’ 등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놀이가 여럿 소개된다.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골목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에는 딱지치기나 달고나 만들기와 같은 옛날 놀이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도 많고, 최근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했다.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상기 교수는 “기성세대가 오징어게임에서 빈부격차나 사회적 모순이 드러난 데 열광했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드라마 자체의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드라마 속에서 소개된 놀이를 하나의 유행으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학부모는 지나친 폭력성으로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고 아이들이 행여 따라 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미 유튜브에서는 드라마를 요약한 동영상이 성인 인증 없이도 수십 개씩 뜰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태다.

학부모 성기순(44·부산 북구) 씨는 “드라마에서는 딱지치기나 달고나 등의 게임에서 지면 총을 맞고 죽는 것으로 설정된다”며 “차라리 총 쏘는 게임은 현실이 아니라는 인식이라도 있지만, 영화는 아이들이 현실이라고 받아들여 따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성 씨는 최근 놀이터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던 술래가 움직이는 아이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흉내 내며 ‘죽어라’고 외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많이 가입하는 맘카페에도 ‘아이가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지면 총으로 쏴 버리겠다’면서 평소에 안 하던 과격한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반 친구들이 대부분 봤다면서 오징어게임을 보여 달라고 하는데 보여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게시 글이 올라온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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