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리 국방력 강화, 분명코 남조선 겨냥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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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남측과 미국을 향해 자신들의 새로운 무기 시험을 ‘도발’이라고 문제 삼지 말라고 재차 경고를 보냈다. 여차하면 새로운 무기 실험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도 읽힌다. 그러면서도 핵 무력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남측과 미국이 ‘주적은 아니다’고 관계 개선 여지는 남겼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입장차를 해소하면서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11일 ‘자위-2021’ 기념 연설
남측 미사일 개발 등에 경계심
동족 간 전쟁 반복되지 않아야
대화나 관계 개선 여지는 남겨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최된 사상 첫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 연설을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에 조성된 불안정한 현정세하에서 우리의 군사력을 그에 상응하게 부단히 키우는 것은 우리 혁명의 시대적 요구이고 우리들이 혁명과 미래 앞에 걸머진 지상의 책무로 된다”고 했다. 그는 “그 누구도 다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드팀없는 최중대 정책이고 목표이며 드팀없는 의지”라며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과 남측의 미사일 개발 등에 경계심을 나타낸 뒤 “도가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는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 시도”라며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 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했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 이후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소위 남측의 ‘이중태도’를 거듭 꼬집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명백한 것은 조선반도 지역의 정세 불안정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했다. 남측의 군비 증강과 미국의 적대적 태도 등을 거론하며 국방력 강화 정당성을 설명한 것이다. 다만 그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분명코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 땅에서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대화나 관계개선 가능성을 봉쇄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이번 국방발전전람회는 최근 5년간 개발된 신무기를 한데 모은 사실상 열병식에 버금가는 행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최신 무기를 한데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성대한 전람회는 대규모 열병식에 못지않은 일대 국력 시위로 된다”고 했다. 최근 잇따랐던 열병식 대신 새로운 형식의 저강도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전람회 명칭을 ‘자위-2021’이라고 한 것은 국방력 강화가 남측이나 미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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