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진실과 사실의 눈을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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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우리는 지금 극단적인 이념의 시대에 갇혀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서로 배타적이고 배제적인 양극이, 우리를 사생결단 식의 진영의 동굴 속에 몰아넣은 것이다. 이념의 동굴에 갇힌 우리는 진실과 사실, 규칙과 규범을 잊고 일부러 외면한 채 어둠 속 진창을 스스로 헤매고 있다. 이념은 진실이 아니고 사실도 아니다. 과학은 더더욱 아니다. 이념은 절대 객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념은 굳게 믿는 믿음, 즉 신념에 다름 아니다. 이념은 어떤 것을 굳게 믿음으로써 세상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유지하거나 바꿀 수 있다는 신념과 그 신념에 기초한 사고와 행동 및 실천을 모두 포괄한다. 자유주의자는 자유주의를, 보수주의자는 보수주의를, 진보주의자는 진보주의를 굳게 믿고 추구함으로써 이를 통해 자신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끌어가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실천하는 것이다.

이념은 진실·과학 아닌 신념에 불과
극단적인 이념 폭주 시대 극복해야
진영 싸움은 소모적인 양자 파멸의 길

검찰 고발 사주, 대장동 비리 의혹 난무
범법, 부도덕한 대통령 후보 솎아 내야
편 가르기 아닌, 진실과 규칙에 눈떠야

그래서 이념은 진실의 눈, 사실이 눈이 아니라 믿음의 심장과 실천의 발에 가깝다. 이념은 우리 공동체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도 하지만, 퇴행시키기도 한다. 이념은 본래 편향적이다. 가치 중립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치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가치 지향적이라는 말은 이념이 과학적이지 않고, 그 결과 진실과 사실, 규칙과 규범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자유주의자는 자유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인간과 세상을 해석하고 실천한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이념은 진실과 사실, 규칙과 규범으로부터 눈을 멀게 하고 자신이 믿는 이념에 따라 자의적으로 믿고 행동하고 실천하게 만든다. 따라서 믿음과 신념으로서의 이념은 합리성과 객관성을 지향하는 ‘이성’과 함께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이성의 객관적인 눈으로 이념의 지극히 지향적인 눈을 보완하고, 균형감 있는 두 눈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우리는 극단적으로 몰입된 이념의 폭주 시대를 살고 있다. 정당 구조는 거대 양당체제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사생결단 중이며,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도발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중도층과 무당층이 양극적인 이념의 편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지만, 이들 또한 투표에서 기권하거나 결국에는 양당 중 어느 한 쪽에 표를 던짐으로써 극단적인 이념의 지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하고 극단적인 이념의 시대는 반드시 경계하고 성찰하고 극복해야 한다. 이념은 객관성이나 진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믿음과 신념의 영역이라는 점을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이념의 절대성과 선차성이 아니라 이념의 상대성과 균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을 지향하되, 진실과 사실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념이 진실과 사실을 위장하고, 공동체가 합의한 규칙과 규범마저 도외시하고 경시하고 덮어 버리는 한, 우리 공동체는 현재와 미래를 상실한 채 어두운 암흑 속의 미래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진보와 보수의 진영 싸움은 종교 전쟁에 가깝다. 종교 전쟁은 승자가 없는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양자 파멸의 길이다. 종교는 다원적이어야 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이제 객관적인 이성의 눈으로 진실과 사실, 규칙과 규범의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진정 개인이나 집단의 사익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와 국민 모두의 공익을 위한다면, 이념의 절대성이 아닌 상대성에 눈을 뜨고 이성의 눈 또한 크게 떠야 한다. 객관성에 기초한 진실과 사실의 눈을 지녀야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개혁하거나 보완하거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대선을 맞아 대한민국은 지금 이념의 과잉이 아닌 이념의 폭주 시대를 살고 있다. 이념은 공동체 유지와 변화를 위한 신념과 실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인간사회에 필요하다. 하지만 이념은 진실과 사실, 규칙과 규범의 필요성과 소중함마저 덮어 버리는 과잉과 폭주로 흘러서는 안 된다. 검찰 고발사주 의혹과 대장동 비리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느 것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하고, 그 사실에 기초하여 법을 어긴 범법자와 거짓말하는 부도덕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에서 솎아 내야 한다. 이념의 늪과 진영 논리의 동굴에 빠져 있으면 곤란하다. 그런 자유주의, 진보주의, 보수주의는 제대로 된 이념도 아니다. 사익을 공익으로 위장한 사이비 이념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잉 이념과 치우친 이념, 편 가르기 진영 싸움이 아니라 진실과 사실 그리고 규칙과 규범의 눈을 크게 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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