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억 VS 0원 국책은행 벤처 투자 ‘수도권 몰빵’
국책은행의 비수도권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홀대’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적으로 기업은행의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8월) 비수도권 벤처기업 보통주 투자 실적은 ‘제로’다. 반면 이 기간 서울(91억 9900만 원)과 경기(31억 원) 지역 벤처기업의 보통주는 123억 원어치 사들였다. 유망 벤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인력과 역량이 수도권에 쏠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등 실효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송재호(제주갑) 의원이 13일 국정감사를 위해 산업·기업은행의 혁신벤처·신생기업 투자현황(최근 5년)을 분석한 결과, 기업은행이 투자한 벤처 231곳 중 185곳이 수도권으로 나타났다. 비중은 80%다. 산업은행은 246개 중 184개(75%)였다. 투자액은 산업은행 수도권 7084억 원, 비수도권 1533억 원이다. 기업은행은 1749억 원과 572억 원을 각각 투입했다.
국감 제출 최근 5년간 투자현황
기업은행, 보통주 투자 지방 ‘제로’
산업은행 포함해도 수도권 75%
정부 재정 출자도 지역 소외 뚜렷
양적인 측면의 격차도 크지만, 투자 방식에 따른 질적인 불균형은 더 심각했다. 이들 은행의 벤처 투자 수단은 보통주, 우선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차사채(BW)로 나뉜다. 보통주 투자는 은행이 주주가 되는 주식투자로 보면 된다. 나머지 수단은 투자를 받은 기업의 상환 의무가 뒤따르는 ‘대출형 투자’다. 은행이 해당 기업의 상법상 사채권자가 되는 셈인데, 두 은행은 비수도권 벤처에 유독 이 방식을 적용했다. 기업은행은 비수도권 보통주 투자금액이 아예 없었고, 산업은행의 경우도 수도권 투자액 7084억 원 중 1612억 원을 보통주(23%)에 투자한 반면, 비수도권엔 1533억 원 투자 중 66억 원만 보통주로 투입했다. 4.4%에 불과한 비중이다. 송 의원은 “자본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이 지원을 받으면서도 상환의 부담을 과하게 지지 않도록 보통주 중심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책은행뿐 아니라 정부 재정 투입에서도 지역 벤처 소외 현상이 뚜렷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에 따르면 벤처 지원을 위해 정부 재정으로 만든 출자액 6조 247억 원 규모의 '모태펀드' 역시 지방계정 비중이 연평균 3.2% 수준(최근 7년 기준)에 불과했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66개 업체가 1087억 원을 투자받아 이전 6년 평균 200억~300억 원에 머물던 계정액이 크게 늘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28개, 370억 원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전문인력의 수도권 집중도 심화하는 추세다. 김 의원이 한국벤처캐피탈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42명의 전문인력 중 서울 소재 활동 인원이 1011명에 달했다. 부산은 27명에 불과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부산 연제) 의원 자료를 보면 이런 불균형 탓인지 외국인투자유치 역시 수도권에 몰렸다. 올해는 8월까지 총 169억 3000만 달러가 유치됐는데 이 중 75.2%인 127억 4000만 달러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