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없는 그린뉴딜’, 지구촌 환경 위기 ‘해법’
적을수록 풍요롭다:지구를… / 제이슨 히켈

2019년 9월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 운동의 물결이 한껏 고조된 때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당시 기후 위기 앞에서 입에 발린 말과 책임 미루기를 반복하는 유엔과 각국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지만, 당신들이 하는 이야기는 오로지 끝없는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다”라고. 이는 성장과 이윤 추구가 기후 위기 대응과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여전히 외면당하거나 기만당하고 있다. 총생산과 소비의 일정한 감소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한 게 진실임에도 우리는 기후 위기보다 성장의 종언을 훨씬 걱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떻게든 성장은 지속하여야 한다. 그래야 기후 위기에 대응할 신기술도 개발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불평등과 피해도 줄일 수 있다”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감히 이 말을 진실이라고 해도 좋을까?
끊임없는 경제 성장·자본주의로 인해
심각한 기후 위기와 불평등 문제 발생
생태 위기 벗어나려면 ‘탈성장’이 대안
성장이 필요 없는 경제로의 전환 필요
세계 불평등 문제와 국제개발의 정치경제학 연구로 주목받은 생태경제학자 제이슨 히켈 교수가 최근 펴낸 <적을수록 풍요롭다: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은 한계에 다다른 기후 위기와 불평등 문제의 원인으로 ‘끊임없는 경제성장’과 이를 동력으로 하는 자본주의 자체를 지적하며 ‘탈성장’을 해법으로 제안한다. 특히 생태경제학의 측면에서 성장이라는 대세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경제성장 없는 그린뉴딜’ 사회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에 앞서 저자는 먼저 생태 위기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2017년 말, 한 과학 연구팀은 독일 자연보호구역에서 25년간 날벌레의 4분의 3이 사라졌다는 것을 발표했다. 그들은 숲 주변을 농지로 전환하고 농약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탓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런 곤충 소멸은 지구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곤충의 감소로 인해 곤충을 먹이로 삼아 의존하는 광범위한 종의 감소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또 있다. 지구 토양의 40%가 심각하게 침식되었고, 전 세계 농지의 5분의 1에서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지구에서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이 60년밖에 안 될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생태 위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모든 위기와 기후 행동 실패의 배경에 우리의 경제체제, 즉 자본주의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다층적인 생태계 파괴와 붕괴는 자본주의 특히 1950년대부터 가속화된 산업화에 기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자본의 내재적 논리가 ‘성장’이라는 절대 과제고, 자본주의는 자연이나 노동이 주는 것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가져가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생태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성장에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성장이 꼭 나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성장주의라는 것. 인간의 필요와 행복, 사회적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장 그 자체 또는 이윤 추구만을 위해 성장을 추구하는 행위가 문제라는 것이다. 성장주의는 인간의 노동력을 값싸게 착취하려 할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자원을 먹어 치운다.
이에 저자는 생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탈성장’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탈성장은 에너지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여 경제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방식으로 생명 세계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저자는 탈성장이란 GDP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적으로 다른 경제, 애초에 성장이 필요 없는 경제로의 전환이 탈성장의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탈성장을 통해 끝없는 자본축적이 아니라 인간 번영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포스트 자본주의 경제가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또한 탈성장을 하면 사람들은 불필요한 노동의 고역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주당 노동시간을 줄여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소득과 부를 보다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탈성장 경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탈성장=빈곤’이라는 선입견을 격파한다.
저자는 탈성장으로 가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대멸종과 기후 붕괴의 엄중한 현실 앞에서 우리 모두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책은 종말이 아닌 희망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지배와 추출 중심으로 조직된 경제에서 생명 세계와의 상호 의존 관계에 뿌리내린 경제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 곱씹어 볼 만하다. 제이슨 히켈 지음/김현우·민정희 옮김/창비/416쪽/2만 원.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