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실크로드 답사 여정 담은 시 94편 모음집
황금 모피를 찾아서

는 오세영 시인의 실크로드 시 94편 모음집이다. 한국에서 시작해 중국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지를 여행했는데 1991년부터 2018년까지 8차례에 걸쳐 다녔다고 한다. ‘경(經)은 경(鏡)일지니/일찍이 세존께서도/자신을 거울로 비쳐 보아 거기에/아무것도 없는 내가 떠오를 때 비로소/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른 것이라고’.
장쾌함과 호방함, 궁극이 느껴지는 시들이다. 무수한 공간과 문화의 경계를 넘고 간극을 메우는 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순종은 순종, 기쁨은 기쁨/슬픔은 슬픔,/모두 그에 합당한 소리를 낸다’. 그러나 ‘소리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궁극’이 있는데 그것은 ‘진리는/언어가 아닌 침묵 속에 있다’는 바로 그것이다. 텅 빔,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 그런 침묵이 있다. 모래 바람은 덧없는 것이다. 저 끝없는 모래땅은 바람 속에서 모든 것을 지워버리지만 한 번 건너가리라는 유혹을 건넨다. ‘알렉산더, 칭기스칸이, 아미르 티무르가/아니 오스만이/실은 사막에 몰아닥친 폭풍이 아니었더냐./(…)/바람이 친 한바탕 역사의/우스개 장난이었다.’ 그 순례는 허무가 아니라 그것을 가로질러 삶과 역사의 본질에 가닿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도 포도주와 같아서/이 곧 오랜 숙성 끝에/참다운 말씀이 되나니라.’ 고통의 순례는 참다운 숙성에 이르는 것이다.
그에게 실크로드는 서라벌에서 이스탄불까지 아름답게 이어져 있다고 한다. ‘한쪽 끝은 이스탄불, 또 다른/한쪽 끝은 서라벌,/아아, 그 이름도 아름다운/실크로드’. 오세영 지음/문학사상/300쪽/1만 3500원. 최학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