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92) 데이글로우 ‘Harmony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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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글로우(Dayglow)는미국 텍사스 출신의 가수이자 작곡가 그리고 프로듀서인 슬론 크리스찬 스트러블(Sloan Christian Struble)의 1인 프로젝트입니다. 데이글로우는 2018년 데뷔 앨범 ‘Fuzzy Brain’을 발표하고 2021년 두 번째 앨범 ‘Harmony House’를 선보였습니다. 단 두 장의 앨범을 발매했을 뿐이지만 데이글로우의 음악을 접한 많은 사람을 단숨에 팬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1999년생이 만든 원맨 밴드인 데이글로우의 음악은 80년대 팝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상당히 복고적 감성을 자랑하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시대에 복고적 새 음악은 ‘이제 넘치고 넘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지나치게 유행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데이글로우의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되는 이유는 너무나 빼어난 멜로디에 있습니다.

노래의 멜로디는 물론이고, 곡을 구성하는 각 악기가 연주하는 모든 멜로디가 다 귀에 들어올 정도로 매혹적이지요. 1집에서 이 프로젝트의 애호가가 될 것인지 말 것인지 망설였던 사람도 2집을 듣게 되면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단 두 장의 앨범의 성격과 완성도 차이도 확연합니다.

2집으로 넘어가며 데이글로우의 지향점이 더욱 명확해지는 듯하는데요. 예를 들어 1집 트랙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Can I Call You Tonight?’을 처음 들었을 때 ‘음악이 정말 좋은 록 밴드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2집의 ‘Close To You’는 80년대 차트를 수놓았던 많은 유명 대중음악이 ‘데이글로우’를 통해 다시 탄생하는 듯합니다. 마치 데이글로우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시대와 연도를 설정하며 느끼는 여행의 흥분감을 만끽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각자 추억을 갖고 있는 시절의 음악이 주는 낭만과 행복은 데이글로우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서 더욱 명확해 지는데요. 누군가 왜 그토록 그 시대의 음악에 집착하는 것인지, 복고의 진정한 매력이란 무엇인지, 이후에 태어난 또 다른 세대 중 이 시대 음악에 빠져드는 연결고리는 어떤 것일지를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이 앨범의 수록곡은 그 질문에 직접적이고 충만한 감성으로 대답해 줄 것입니다.

수록 트랙 중 ‘Medicine’, ‘Balcony’, ‘Cryng on the Dance Floor’등은 특히 추천하고 싶은 음악인데요. 대중음악에서 복고라는 것이 음악의 외형적인 스타일이나 치장에 관한 것이었다면, 데이글로우는 ‘복고란 외형적인 것일 뿐 아니라 음악이 가진 그 자체의 정서와 내면의 서정성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증명하는 듯하지요. 향수라는 피상적 표현과 정서를 떠난 그 이상의 무엇에 관한 지금 시대의 공감 같은 것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 유행 속에서도 데이글로우의 음악은 단연코 돋보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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