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절벽” 아우성에 총량 관리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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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 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14일 실수요자들을 위한 전세대출 등을 위해서는 은행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인 대출 증가율 6%를 초과하는 것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부채의 강력한 관리를 강조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나서서 전세 대출이 중단돼서는 안된다고 말해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도 중요하지만 서민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가계 대출을 조여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서민 생활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실수요자 대출 중단 도미노 우려
당국, 4분기 총량 관리 유연 대응가계대출 증가율 6%대 초과 용인
연말까지 대출 여력 8조 원 증가
금융위원장 “전세대출 중단 없어”
문 대통령도 “차질 없는 공급” 지시

고승범 위원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집단 대출의 경우 연말까지 중단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전세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올해 4분기 중 전세 대출에 대해서는 총량 관리를 하는 데 있어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고 위원장은 “전세 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관리 목표(6%대)를 초과하더라도 용인하려고 한다”며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앞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보완대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전세대출 규제마저 강화된다는 소식에 전세 실수요자들의 불안은 증폭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왔고, 대책 발표 전에 전세 계약을 서두르는 임차인이 늘어나는 등 혼란이 지속돼 왔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유연하게 하기로 한 것은 전세대출을 포함한 총량 관리를 고수하면 실수요자의 ‘대출 중단 도미노’를 막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승범 위원장은 올해 가계 대출 증가율 목표(6%) 관리에서 전세 대출을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은행권 전세대출이 월 2조 5000억∼2조 8000억 원씩 늘어나는 추이를 고려하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대출 여력이 8조 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출 관리에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 4416억 원으로, 연말까지 최대 13조 5000억 원가량이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5대 시중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670조 1539억 원에 당국의 목표치 최상단 6.99%를 적용하면 연말 잔액을 716조 9977억 원 이하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 가계대출 동향(속보치)을 보면 당국의 강력한 총량 관리 기조에도 주택담보대출은 6조 7000억 원 늘어나 8월보다 4000억 원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9월 은행권 전세대출 증가액은 2조 5000억 원으로 8월보다 3000억 원이 줄었을 뿐이다.

금융권은 이런 추세에서 총량 관리 기조에 변함이 없으면 연쇄 대출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NH농협은행은 8월 24일 이후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신규 담보대출을 아예 막고 있다. 수협중앙회도 이달부터 모든 조합원·비조합원 대상 신규 가계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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