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가중” vs “고용 안정”… ‘경비원 갑질 방지법’ 논란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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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파트 경비원의 갑질 피해를 막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현장에선 되레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차 관리에서부터 청소, 택배 보관 등 사실상 위법이었던 경비원의 경비 외 업무가 법적으로 인정되면서 도리어 업무 부담이 늘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오는 21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아파트 경비원이 수행하는 관리 업무는 법으로 명확하게 명시된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경비 업무 이외에도 경비원의 업무로 청소 등 환경관리, 재활용 분리배출 정리 단속, 주차관리, 택배 물품 보관 등이 추가됐다. 대신 이를 제외한 대리 주차와 입주민 세대 택배 배달, 관리사무소·입주자대표자회의 서명 수집, 입주민 심부름 등 경비원을 향한 갑질은 모두 금지된다. 이를 어기고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대리주차나 택배 배달 등 허드렛일을 시키게 되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주택법’ 시행령·규칙 21일 시행

대리주차·입주민 심부름 빠지고

경비 외 청소·분리배출 등 추가

“관행 업무가 정식 업무로” 부담

일반 근로자 지위 적용 어려워

“개인 고용안정 효과 기대” 반론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경비 외 업무 중 일부가 합법화됐다. 종전까지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업법의 적용을 받아 경비 외 업무는 사실상 위법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이 관행적으로 청소, 분리수거, 택배 관리, 주차관리까지 도맡아 온 게 사실이다.

경비 외 업무가 이번에 법으로 규정되면서 일부 경비원들은 근로 환경이 열악해질 것을 우려한다. 아파트 경비원 김 모(53·동래구) 씨는 “분리수거나 화단 풀 뽑기 등은 사실 입주민 편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해온 것들인데 이제는 정식 업무가 됐다”며 “이런 식이라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관리 업무가 경비원 업무로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무 범위가 확대된 만큼 아파트 경비원의 근로자 지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감시 업무를 주로 해 심신의 피로가 적은 업무(경비원 등)를 주로 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이들은 특수한 근무 형태로 인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에서도 제외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만큼 경비원이 경비가 아닌 관리업무까지 수행할 경우 감시·단속 승인이 불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일반근로자로 전환되는데, 이렇게 되면 하루 12시간 근로는 할 수 없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개정안 시행에 발 맞춰 아파트 경비원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경비원이 오직 경비 업무만 할 경우 주차 관리, 청소, 택배 등 업무를 맡을 다른 직원이 필요해져 관리 인건비 상승으로 기존 경비원 해고나 무인 경비시스템 도입 가능성이 생긴다. 경비원 업무 확대로 이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김홍환 미래주거문화연구소장(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부산시회장)은 "시행 전인 만큼 여러 문제와 부작용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명확한 경비원 업무 설정으로 입주민 갑질을 방지하고 경비원 개개인의 고용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정안 시행으로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관계 기관에서 꾸준히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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