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야스쿠니신사에 첫 공물… 총선 전 극우 표심 잡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주변국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직접 참배는 하지 않는 대신 공물을 봉납하면서 총선(중의원 선거)을 앞두고 극우 지지층 이탈을 막으려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7일 NHK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에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바쳤다. 마사카키는 제단 등에 바치는 상록수 일종인 비쭈기나무를 지칭한다.

주변국 의식해 참배는 않아
총리 취임 후 우익 행보 지속
한국 정부 “깊은 실망과 유감”

일본에서 이번 달 17~18일은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 기간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 기간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지통신은 “(직접 참배하지 않는 것은)중국, 한국과의 외교 관계에 대한 (부정적)영향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이날 퇴임 13일 만에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스가 전 총리는 총리 시절 태평양전쟁 종전일과 춘·추계 예대제 때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해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지난 14일 추계 예대제를 앞두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기이던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가 한국, 중국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일본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14일 국회 해산으로 선거 운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이번 추계 예대제에는 집단 참배를 하지 않을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우익 행보를 이어가며 주변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지난 15일 취임 후 첫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일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소송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통화 후 기자들에게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더불어 2015년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국제적 약속, 나라와 나라의 약속 또는 조약, 국제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기시다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물 봉납에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것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