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가중” vs “고용 안정”… ‘경비원 갑질 방지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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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피해를 막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현장에선 되레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차 관리에서부터 청소, 택배 보관 등 사실상 위법이었던 경비원의 경비 외 업무가 법적으로 인정되면서 도리어 업무 부담이 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업무 확대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주 52시간 근무 등 근로기준법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업무만 늘고 처우는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택법’ 시행령·규칙 21일 시행
대리주차·입주민 심부름 빠지고
경비 외 청소·분리배출 등 추가
“관행 업무가 정식 업무로” 부담
일반 근로자 지위 적용 어려워
“개인 고용안정 효과 기대” 반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오는 21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아파트 경비원이 수행하는 관리 업무가 법으로 명확하게 명시된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경비 업무 이외에도 경비원의 업무로 청소 등 환경관리, 재활용 분리배출 정리 단속, 주차관리, 택배 물품 보관 등이 추가됐다. 대신 이를 제외한 대리 주차와 입주민 세대 택배 배달, 관리사무소·입주자대표자회의 서명 수집, 입주민 심부름 등 경비원을 향한 갑질은 모두 금지된다. 이를 어기고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대리주차나 택배 배달 등 허드렛일을 시키게 되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경비 외 업무 중 일부가 합법화됐다. 종전까지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업법의 적용을 받아 경비 외 업무는 사실상 위법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이 관행적으로 청소, 분리수거, 택배 관리 등을 도맡아 해왔다.

경비 외 업무가 이번에 법으로 규정되면서 일부 경비원들은 근로 환경이 열악해질 것을 우려한다. 아파트 경비원 김 모(53·동래구) 씨는 “분리수거나 화단 풀 뽑기 등은 사실 입주민 편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해온 것들인데 이제는 정식 업무가 됐다”며 “이런 식이라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관리 업무가 경비원 업무로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은 경비원들에 일반근로자 지위를 당장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원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감시 업무를 주로 해 심신의 피로가 적은 업무(경비원 등)를 주로 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이들은 특수한 근무 형태로 인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와 휴일 규정 등이 일반근로자와 다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원칙적으로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승인하는 ‘감시·단속적 근로자’ 지위에서 제외되어야 하지만, 당장 일반근로자로 인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일반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 등의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비용이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영세 아파트일수록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동안 일반근로자 지위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업무 부담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정안이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경비원 인력이 더 필요해져 추가 고용이 가능하고, 근로 환경이 개선되고 야간근무에 따른 적정한 임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김홍환 미래주거문화연구소장은 “명확한 경비원 업무 설정으로 입주민 갑질을 방지하고 경비원 개개인의 고용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정안 시행으로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관계 기관에서 꾸준히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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