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터줏대감 책방’ 3곳 쫓겨날 위기… 생존 기로 선 ‘책방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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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유일한 책방 골목인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의 대표 책방 3곳이 개발 사업으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이 책방이 있던 터에는 상업 건물 건설이 추진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상업 건물 신축 공사로 서점 8곳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주요 책방 3곳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책방골목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커진다.

팔린 건물 2곳에 상업 시설 신축
“3개월 내 비워 달라” 통보 받아
관광특구 지정 등 통합관리 절실

17일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 등에 따르면, 보수동 책방골목 내 건물 2곳이 최근 부동산 업자에게 매각됐다. 이 건물에는 책방골목에 30년 이상 영업해 온 ‘터줏대감 책방’ 3곳이 자리 잡고 있다. 서점 부지에는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상업 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해당 책방 상인들은 건물주로부터 ‘3개월 내로 책방을 비워 달라’는 퇴거 요청을 받았다. 이는 결국 새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책방이 다시 들어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책방 3곳은 책방골목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A책방은 62평으로 일대 책방 중 가장 크며, 서적 20만 권 이상을 보유한 대표 서점이다.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방문자만 300명이 넘어, 20~40대 고객들에게는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바로 옆 50년이 넘은 B책방은 1년 만에 다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0월 고층 상업건물이 들어서면서 현 위치로 이사했지만, 또다시 개발이라는 벽에 부딪히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건물 매각 소식을 접한 책방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 건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재개발로 서점 3곳이 한 번에 사라지는 일은 남은 다른 책방에도 큰 위협”이라고 낙심했다. 그는 “전국에서 유일한 책방골목이 된 것은 책방이 한군데 모여 함께 운영했기 때문인데, 여기 아닌 다른 곳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상상해 본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책방골목 자체의 생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보수동책방골목에는 위 3곳을 포함해 31곳이 영업 중이다. 남은 책방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책방골목 한 상인은 “지금 책방골목에는 책 20만~30만 권을 둘 수 있는 마땅한 부지도 없다”며 “아마 이번에 나가게 되면 책방골목을 아예 떠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책방골목은 부산의 소중한 관광자원인데 사전에 구청에서 관광특구 등으로 보호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개발사업으로 책방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부산시와 부산 중구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양군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장은 “남은 서점들을 지키려면 용도변경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지자체의 토지 매입 등이 필요하다”며 “책방골목이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지자체의 통합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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