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나면 낫는다? 교통사고 후유증 만만히 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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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유증의 만성화 방지에 꾸준한 한방치료가 효과적이다. 맑은숲구구팔한의원 박기현 원장이 교통사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맑은숲구구팔한의원 제공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뇌나 척추에 심한 손상을 입거나 팔다리가 부러지는 등 큰 사고가 아닌 이상 대부분 간단한 검사를 받은 후 쉬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사고 후 제대로 몸을 돌보지 않을 경우 짧게는 2~3일, 길게는 수개월이 지나고서 후유증이 찾아와 일상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는 신체와 기분 변화에 대해 주의깊게 체크해 봐야 한다.


목·척추 통증, 뇌 손상 증상 발생
어혈 제거·기혈 순환 촉진 필요
한약·약침·추나요법 등 큰 효과

■목·척추·정신과적 증상

교통사고 후유증 중 가장 흔한 것이 목통증이다. 목통증은 경추 인대와 근골격계 손상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사람 머리 무게는 6㎏이 넘는데, 교통사고를 당하면 갑작스러운 충격에 머리를 지탱하는 목뼈가 앞뒤로 강하게 흔들리며 자극받는다. 이 과정에서 목 주변 인대와 근육,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목뼈 즉, 경추 사이를 지나는 척추 신경을 건드릴 경우엔 두통, 목통증, 허리통증, 구역질 같은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뇌진탕이나 뇌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신경 손상은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두통이 찾아오거나 청력, 시력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뇌에 손상을 입으면 불안증과 우울감, 기억장애, 인지장애, 과민증 등 정신과적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허리 쪽에 심한 충격을 받으면 골반이 뒤틀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 추간판탈출증이나 허리디스크가 생길 수 있다. 이 외에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턱관절·치아 이상, 소화불량, 불면증 같은 질환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혈 제거와 기혈 순환

한의원에서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원인을 나쁜 피가 뭉친 ‘어혈(瘀血)’로 본다. 환자의 체질, 병력, 건강상태, 증상 발현 시기, 현재 증상을 문진·진맥 등으로 진단한 후 증상에 따라 처방한다.

맑은숲구구팔한의원 박기현 원장은 “어혈이란 교통사고 같은 급작스러운 외부 충격으로 인해 원만하게 흐르던 혈액이 일순 정체돼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나쁜 피를 말한다. 정상적인 혈액 통로에서 이탈된 혈액으로, 혈관이 통하는 신체 전반을 돌아다니며 몸 곳곳에 통증과 이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다양한 한의학 처치를 통해 어혈의 위치를 잡고 제대로 풀어줘야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후유증 치유는 기본적으로 어혈 제거와 경락 기혈순환 촉진을 목표로 한다. 한약, 침, 약침, 부항, 추나요법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어혈 제거에 효과가 뛰어난 한약재와 개인 체질·증상을 고려한 한약재를 배합해 조제한 한약은 기혈의 부조화를 바로잡고 뭉친 어혈을 풀어준다. 면역력 강화, 긴장 완화,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만약 한약이 맞지 않는다면 순수 한약 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경혈에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한약과 침의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치료법이다. 침, 약침은 기혈 순환을 조절해 어혈을 제거하고, 근육과 인대 재생을 촉진하며 염증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뜸이나 부항은 심신을 가라앉히고 체내 독소를 빼내 혈액을 정화함으로써 통증을 줄여주고 경락 소통을 원활히 하는 작용을 한다.

추나요법은 교통사고로 인해 뒤틀린 뼈와 근육을 바르게 교정하는 한의학적 처치법이다. 자격 있는 한의사가 외부적인 자극이나 힘을 가해 자세와 척추 상태를 바로잡는다. 밀고 당긴다(추나)는 뜻대로 수기나 특별 고안된 테이블 장치를 통해 한의사가 환자의 신체를 직접 만져 질환·통증을 개선한다. 신체기능 회복·강화, 통증 완화, 재발 방지에 좋다.

추나요법은 환자와 소통하면서 굳은 인대, 근육, 어혈을 풀어주기 때문에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노령층이나 어린아이도 강도를 조절하며 추나요법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입원 치료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무조건 입원할 필요는 없다. 경증인 경우 통원치료로 개선 가능하다. 하지만 꾸준히 진료받지 못하거나 후유증이 심각한 경우, 정신적 피로가 쌓인다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질환의 만성화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사고를 당하면 검사·진단을 제대로 받고 필요하다면 입원 치료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박기현 원장은 “한의원에서 자동차보험이 가능해진 이후 교통사고 입원 환자가 늘고 있다. 한약, 침, 추나요법 등 다양한 치료로 세심한 관리를 받을 수 있어 환자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은 “교통사고 후유증을 방치하면 질환이 만성화될 수 있지만, 사고 직후 꾸준히 몸 상태를 체크하고 체질·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유를 받는다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면서 “교통사고 후유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질 뿐, 자연 치유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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