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비현실 넘나드는… 캔버스 위 꿈같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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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술 ‘호접몽1’(2021). 권영술 제공

정자, 소파, 악기, 시계와 자동차·배 같은 운송 수단들이 화면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첨성대, 피사의 사탑, 에펠탑, 백악관 등 인류사와 함께해 온 건축물까지 수많은 이미지가 캔버스 위를 부유한다. 마치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서로 다른 화면이 전개되는 꿈속을 보는 듯하다.

권영술 작가 개인전 ‘DREAM OF THE BUTTERFLY(호접몽)’가 2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갤러리에서 열린다. 삶의 본질과 가치, 방향을 고민해 온 작가가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 캔버스 여백을 채운 회화를 선보인다. 권 작가는 동아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권영술 작가 개인전 ‘호접몽’
21일까지 중동 청사포갤러리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익히 알던 장소나 모습이 부유하는 공간을 여행하는 것 같다. 화면 중심에 위치한 소파와 정자는 이 세상에 잠시 머문 삶이자 공간을 상징한다. 유적지나 산, 바다, 강, 섬 같은 형상은 작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의미한다.

중앙에 놓인 사람의 얼굴은 작가 자신이다. 뭔가 독특한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선글라스를 쓴 얼굴을 자주 그렸는데 안경점에 가서 검안테를 끼고 세상을 보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마다 시력이 다른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볼 때 자신이 볼 수 있는 만큼 보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부처상 형태의 자화상은 깨달음과 고뇌의 상징인 부처상을 빌어와 인간 욕망과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과정을 표현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악기 이미지는 그림과만 대화를 해 온 권 작가가 뿜어내고 싶은 소리를 상징한다. 가끔 악기에 날짜가 새겨진 것이 있는데 이것은 작가의 사인이다. “작품 완성 뒤 남기는 사인이 그림을 해칠 것 같아 악기나 그림 속 이미지 안에 새겨 넣었습니다.”

150호 크기의 ‘호접몽’은 2020년에 완성한 작품인데 그림에 들어가 있는 날짜가 여러 개 보인다. “그려진 이미지 위에 또 그리고 또 그렸어요. 형체들이 셀로판지 위에 덮이듯 여러 가지 생각이 중첩되는 느낌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권 작가는 이 그림은 5년 동안 만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권 작가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미지는 작가 개인 경험을 넘어선 것들이다. “자동차, 배, 비행기는 세상을 여행하고 마음의 여행을 하는 수단을 뜻합니다. 오래된 교통수단인 열기구는 과거로의 여행을 안내하는데, 나를 상징하는 코끼리가 열기구 위에 올라타서 그렇게라도 날아보려는 의도를 표현했어요.”

010-8544-2827. 오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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