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동백전 유령'에 갇힌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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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 경제부 유통관광팀장

‘100만 원 사용하면 10만 원 캐시백.’ 사용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돌려준다고 하니 모두들 환호했다. 부산 최초의 지역화폐인 ‘동백전’은 큰 호응 속에 시작됐다.

동백전은 2020년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됐다. 당시 동백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민들도 ‘캐시백 10%’라는 얘기를 들으면 ‘아하’하며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러나 시민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동백전 10% 캐시백은 시행된 지 몇 달 만에 중단됐다. 캐시백 예산이 모두 소진됐던 것이다. 이후 캐시백은 재개됐다가 다시 중단됐다가를 반복하고 캐시백 요율도 수시로 바뀌었다.

들쭉날쭉한 캐시백 정책은 시민들에게 시에 대한 불신을 심어줬다. ‘공무원에게 정책을 맡기면 안 된다’. ‘허술한 정책 탓에 내가 된 세금이 낭비됐다’ 등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동백전 캐시백 정책의 후유증은 ‘동백전 유령’을 공직사회에 소환했다. 동백전 유령은 일종의 ‘정책 회피론’으로 공무원들이 정책 시행을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동백전 캐시백 사례에서처럼 정책이 잘못되면 정책 담당자들만 벌집 쑤시듯 비난 여론에 고통받고, 부산시장 등 정책 책임자를 믿어봐야 결국 ‘독박 쓴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굳이 힘들게 일하면서 욕 들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특히 내년 부산시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백전 유령은 더욱더 부산시를 옥죄고 있다. 부산시장이든 정책 집행자이든 선거를 코앞에 앞두고 동백전 캐시백처럼 비난 여론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정책을 추진해 봐야 좋을 점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내년 선거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산시장을 믿고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공무원이 과연 있을까라는 의문까지 든다.

더 큰 문제는 동백전 유령이나 지방선거 탓에 정책 ‘골든타임’이 허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유명무실해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가 지금 당장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결국 시민들에게 등을 돌리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이중 하나가 부산 공공 배달앱 ‘동백통’ 서비스이다. 동백통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배달 주문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수수료를 내며 대형 민간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 시행 예정이던 동백통은 결국 두 차례 연기된 끝에 내년 1월에 공식 시행한다. 내년 1월이면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확산되고 일상으로 회복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동백통은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높다. 동백통이 필요한 시점은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이다.

시는 ‘보다 철저한 준비를 위해 동백통 시행을 지연했다’고 발표했으나 주변 시선은 곱지 않다. 오히려 ‘동백전 악몽을 피하기 위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난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기 위해’ 등 비난 섞인 의견이 대다수이다. 어쨌든 당장 필요한 정책이 제때,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점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는 소상공인의 손을 놓은 행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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