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구태 정치 해운대구의회, 재선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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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사회부

‘의원은 재선에만 관심이 있다.’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메이휴가 저서 에서 주장한 말이다. 재선은 직업 정치인에게 그 자체로 중요하고, 동시에 다른 목표 실현을 위한 교두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정치에 큰 관심이 없거나 낙선을 감수하며 신념을 고수하는 의원은 예외가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많은 의원이 재선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게 정치 현실이다.

의원들이 재선을 추구하는 모습은 올해 부산 기초의회에서도 뚜렷하다. 민주당, 국민의힘 의원이 9명씩 동수인 해운대구의회가 대표적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실적이 될 수 있는 주요 사안은 여야 대립이 팽팽하다. 특히 제3차 추경안,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 조례 개정안, 행정사무감사 특위 연장을 두고 의회가 파행을 거듭했다. 한 정당은 ‘주민을 위한 사업’, 다른 정당은 ‘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맞선다. 협치를 선보였던 전반기와는 딴판이다.

여야 대립은 민주당 소속 이명원 의장이 지난 14일 사퇴 의사를 번복하면서 더욱 심화했다. 협치와 화합을 명분으로 의장직을 내려놓았지만, 새 의장 선출을 두고 갈등이 크다는 이유로 6일 만에 의사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반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국민의힘도 사퇴 요구를 넘어 정례회 거부 의사까지 표명하며 강한 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부산시당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해 민주당과 이 의장 사죄를 요구하며 기름을 부었다. 이 의장도 18일 “기초의회에 대한 간섭을 멈추고 의원들 의정 활동이나 독려하라”고 맞받으며 신경전은 한층 격화한 상태다.

해운대구의회 행정사무감사와 내년 본예산 심사가 다음 달 정례회에서 열린다. 연말 중요한 시점에 대립이 지속되면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좋은 뜻으로 싸웠다 해도 과도한 갈등이 이어지면 과연 재선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협치와 품격을 보여 주는 모범 의회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어려운 일일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없애든지 의원 수를 홀수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적어도 당론에만 충성하거나 여야 동수로 의회 파행이 거듭되진 않을 테니.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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