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동해남부선*/전다형(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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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지퍼



이道 저道 불발

이빨 나간 바디



재갈과 자갈 문

침묵과 침목 사이 징검다리



칙칙폭폭

일거수일투족 혀 차다



전전반측 길길 뛰어道

오道 가道 못한 제자리



폐선, 주저앉은 사다리



*구덕포, 미포, 청사포 4.8킬로미터 폐 선로.

-시집 (2020) 중에서-
동해남부선 철도는 한때 부산과 울산을 잇는 교통수단이었다. 어릴 때 부부 싸움을 하고 난 아버지, 어머니는 가출을 할 때 꼭 나를 데리고 할머니가 살던 울산으로 가서 며칠씩 묵었다. 이때 기차 안에서 아버지는 기차의 빠름을 이야기하며 옛날 할아버지는 울산에서 이 길을 이틀간 걸어서 부산에 다녔다고 했다. 송정을 지나 일광, 좌천, 월례, 남창, 덕하를 지나는 바닷가 역을 헤아리며,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먹던 기차 여행이 부모님에겐 가출이었지만 어린 나에겐 가슴 설레던 외출이었다. 동해남부선 철도는 없어지고 폐선이 된 일부 구간을 최근 어느 회사가 관광 목적으로 4개 역만 다니게 개통시켰다. 추억의 동해남부선을 떠올리며 타본 관광열차는 ‘고장 난 지퍼’이며 ‘주저앉은 사다리’였다. 가난했던 육십 년대의 추억과 더불어 고향까지 달리지 못하는 관광열차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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