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고향이 사라질 수 있다
지방 도시의 인구 감소. 우리는 이를 좀 더 자극적으로 표현해 ‘지방 소멸’이라 한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방이 빠르게 늙어 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게 바로 지방 소멸 위험지수다. 이는 한 지역의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를 노인 인구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 0.2~0.5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2014년 5월 일본 도쿄대 마스다 히로야 교수가 자국 내 지방이 쇠퇴해 가는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내놓은 책에서 제시한 분석 기법에 기초해 개발된 것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건, 시간이 흐를수록 수도권에 인구가 극단적으로 집중됨을 뜻한다. 그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시·군·구 89곳을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고시했다. 경남 지역에서는 거창군, 남해군, 밀양시, 산청군, 창녕군, 함안군 등 11곳이 인구감소 위기가 심각한 지역으로 선정됐다. 부산은 동구·서구·영도구가 포함됐다. 정부는 대상 지역에 기금을 투입해 인구 소멸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밀양시는 1960년대만 해도 인구가 2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계속 줄어들어 지금은 10만 명을 살짝 웃돈다. 경남 지역 11곳은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갈수록 마을이 텅 비어 가고 있다고 한다. 여러 지자체에서는 임산부와 신생아, 아동을 대상으로 신생아 양육비, 출산 준비금, 출산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 소멸’을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늘어나는 빈집과 폐교가 이를 말해 준다. 이대로 가다가는 30년 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고향’이 사라질 수도 있다.
지방 소멸의 원인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도권이 젊은 인구를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게 문제기 때문이다. 지방의 젊은 인구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데에는 대학 입학과 취업이 크게 작용한다. 이른바 ‘명문대’와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서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지방이 젊은이들이 살 만한 곳이 되어야 한다. 지방의 위기가 곧 국가의 위기라는 인식과 함께 힘들더라도 더 적극적이고 더 대담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방 소멸’을 막을 뾰족한 대책, 어디 없을까?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