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무단점유 사찰, 기부금으로 고발 갈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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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불법 점유 회룡선원 복구 명령에 일부 시설만 철거 금정구청 “원상복구 의지 확인” 형사고발 등 추가 조치는 미적 “수년간 낸 기부금이 영향” 의혹

금정산 산림을 10년 넘게 훼손한 사찰(부산일보 7월 26일 자 10면 보도)이 금정구청의 원상복구 명령에도 여전히 불법 시설물을 활용하고 있다. 금정구청은 명령 불이행 때 형사고발 등 강력한 대처를 하겠다는 당초 입장과 달리 추가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어 ‘봐주기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찰이 수년 동안 구청에 기부금을 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온적 행정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산 금정구청은 올 7월 금정구 남산동에 위치한 무명사 산하교육기관인 회룡선원에 대해 ‘불법시설물 원상복구명령’을 내렸다.

2007년 이후 면적 3121㎡의 시유지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해당 부지에 평상, 그네를 설치하는 등 시유지를 사유화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금정구청의 현장 방문 결과 해당 사찰은 무단으로 나무를 베거나 경작을 하는 등 임의로 땅을 활용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10년 넘게 불법 점유 회룡선원
복구 명령에 일부 시설만 철거
금정구청 “원상복구 의지 확인”
형사고발 등 추가 조치는 미적
“수년간 낸 기부금이 영향” 의혹

7월 금정구청은 사찰 측에 원상복구명령을 내려 8월 말까지 원상복구를 완료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금정구청은 “8월 말까지 모든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공유재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 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사찰은 지난달 16일 금정구청에 복구기간 연장을 요청해 이달 8일까지 원상복구 기간이 미뤄졌다.

하지만 지난 17일 오전 10시께 취재진이 찾은 회룡선원에는 여전히 야자매트와 평상 등 불법시설물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취재가 시작되자 일부 시설물은 철거됐지만 해당 사찰이 등산로에 쌓아 놓은 야자매트와 사찰 내부에 설치된 평상 등은 철거되지 않았다. 원상복구를 마쳐야 하는 기간이 한 달 늘어났음에도 사찰 측은 아직 철거를 완료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금정구청은 사찰의 이러한 태도에도 사찰 측의 철거 의지는 확인했다며 형사고발 등의 추가 조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올 7월 원상복구명령을 내리면서 밝힌 금정구청의 입장과는 상반된 행동이다.

금정구청 황종대 산림관리팀장은 “현장확인 결과 야자매트 등을 철거한 흔적이 있어 원상복구 의지는 확인된 셈”이라며 “형사고발 등의 조치 대신 지속해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9일 사찰 측이 금정구에 추석 맞이 기부금 500만 원을 기탁하면서 일각에서는 구청의 행정처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달 9일 무명사는 금정구청에 이웃돕기 성금 500만 원을 기탁했다. 이날 자리에는 문화복지국장이 참석했다. 무명사는 지난해를 비롯해 수년 간 구청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환경단체 등은 구청의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금정산국립공원시민추진본부 김흥숙 공동대표는 “회룡선원이 시유지를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는데도 구청은 사찰 측이 알아서 원상복구하라며 방치하고 있다”며 “불법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반발했다. 또 그는 “구청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금정산 훼손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사찰 측이 다시 마음대로 금정산을 활용할 것이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금정구청 관계자는 "기부금을 받는 부서와 산림행정을 담당하는 부서는 다르다"며 "기부금이 행정업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철거조치가 완료됐는지 계속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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