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WOF 명강] “해운강국 의지만으로 안 돼 강력한 국가 지원 있어야”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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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WOF 명강] ④해운·크루즈 세션-크리스 그레일링·다나카 사부로

해운항만 세션 연사인 크리스 그레일링(왼쪽)과 크루즈 세션 연사인 다나카 사부로. WOF 사무국 제공 해운항만 세션 연사인 크리스 그레일링(왼쪽)과 크루즈 세션 연사인 다나카 사부로. WOF 사무국 제공

“해양강국은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대표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끌어내고, 우선순위 확보를 위한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합니다. 영국이 해줄 수 있는 교훈이라면 필요한 수준만큼 국가의 강력한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할 때 경쟁국에 뒤쳐질 수 있다는 자성일 겁니다.”(크리스 그레일링)

“일본 크루즈 산업은 1989년을 원년으로, 어언 3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 크루즈 시장은 외국계 선사들이 주도합니다. 한국형 크루즈 산업의 로드맵을 만들 때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글로벌 크루즈 산업이 주춤할 때 한국이 후발주자로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다나카 사부로)

제15회 세계해양포럼 <해운·항만 세션>과 <크루즈 세션>에는 세계적인 석학과 기업인이 유독 많다. 그중에서 크리스 그레일링 전 영국 교통부 장관과 다나카 사부로 일본크루즈연구소 소장을 사전 인터뷰했다.


크리스 그레일링 전 영국 교통부 장관

“국적 선박 감소 위상도 추락

해운, 우선순위 제외가 문제

한국, 글로벌 플랫폼 구축 중요”


크리스 그레일링은 영국정부에서 교통부 장관(2012∼2015)을 포함해 법무부 장관, 고용부 장관 등 3개 부처의 장관을 무려 9년 동안 맡았다. 2015∼2016년에는 하원의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하원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의회 내에서 환경문제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의원으로 유명한 그는, 특히 2018년 교통장관 재직 때 영국 해양력 강화를 위한 ‘해양 2050(Maritime 2050)’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지금 전 세계 해양국가에 통용되는 해양환경 규제, 스마트 선박·항만 산업의 주도권 다툼과 무관하지 않다.

“해운은 지금도 그렇지만 향후에도 세계 경제와 전 세계 빈곤, 결핍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해양환경과 해운의 관계인데, 수소가 될지, 암모니아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해양강국을 꿈꾼다면 당연히 해양환경 개선을 위한, 신속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는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플랫폼 기업의 해운시장 참여에 대해서도 “해양환경 개선을 포함한 기업 책임이 강화된다면 해운시장에서 충분히 환영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해운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영국은 오랫동안 세계 해운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영국 국적의 선박 수가 크게 줄었고 국제적 위상도 낮아졌다. 그는 “최근 선박 수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과거에 비하면 여전히 한계가 있다”면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해운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정치적, 산업적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해양강국 지위를 노리는 한국에 대해 “해운은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시장 중 하나”라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서둘러 찾아내어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세계해양포럼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포럼”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부산을 가보지 못하는 게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다나카 사부로 일본크루즈연구소 소장

“외국선사 크루즈 시장 장악

한국, 日 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플라이 앤 크루즈’ 주목 필요”


다나카 사부로는 선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크루즈와 유람선 사업을 연구하고 자문해 왔다.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의 크루즈 전문가들과 연대 작업을 통해 동북아 크루즈 산업의 공동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세계해양포럼이 올해 ‘한국형 크루즈 가능한가’를 주제로 독립된 ‘크루즈 특별세션’을 구성한 데 대해 “코로나19 이후 세계 크루즈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의 일본 정박 때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된 것은 유감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계기로 일본여객선사협회와 일본항만협회가 코로나19 대응지침을 일찍부터 만들었고 일본 정부가 결국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본 내 크루즈 운항이 재개됐다”고 최근 동향을 알려왔다. 감염병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민간이 대응방안을 주도적으로 모색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일본은 일찍부터 외국 선사의 글로벌 모항을 유도했고, 이들 선사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지금, 그 결과는 어떨까. 그는 “여객 수는 증가했지만 국적선사는 3개사, 3척으로 여객 정원이 1700명에 그친다”면서 “외국 선사들이 일본 크루즈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했다. 한국형 크루즈 산업 정책을 추진할 때 유념해야 할 사안이다.

그는 크루즈와 조선산업의 동반성장론에 대해서도 “크루즈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서 조선산업의 발전을 도모했으나, 아직까지 크루즈선 건조 시장은 유럽에 집중된 상태”라면서 “대형 크루즈선 시장에서는 벌써 손을 떼는 일본 조선소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부품·기기 공급망 구축과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크루즈선 건조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그는 두 국가의 차이에 주목하기를 희망했다.

그는 최근의 글로벌 크루즈 시장 동향에 대해 “항공과 크루즈가 결합하는, 이른바 항공기로 크루즈 모항에 도착한 뒤 이를 이용하는 ‘플라이 앤 크루즈’(Fly & Cruise)가 대세”라면서 “아시아 크루즈 시장도 모항 구축에 서서히 관심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아직 사업 규모가 작아서 민간 주도로 성장하기 힘든 구조”라면서 정부간 협력을 우선 강조했다. 특히 한·일간 출입국 관리의 제반 문제 해결과 공동 노선 개발, 공동 프로모션 등의 전제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크루즈 관광지로서 부산에 대해 “해운대의 화려함과 원도심의 활기가 매우 좋은 관광자원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 방문에 적합한 도시라는 한계도 함께 지니고 있다”면서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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