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두환 정치 잘했다” 위험한 역사관 드러낸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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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위험한 역사관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니 충격적이다. 국민 정서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말에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같은 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부끄럽고도 창피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공정과 정의를 위협하였을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을 망각했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 충격적
민주주의 위한 소양부터 증명해야

전두환의 쿠데타로 5·18 광주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 씨는 권력을 찬탈한 뒤 독재정치로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학림·부림 사건, 언론통폐합, 삼청교육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이 그 시절에 발생했다. 전 씨는 광주시민 유혈진압에 대한 사과를 여태 거부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가 쿠데타 주범을 두고 정치를 잘했다는 말이 할 소리인가.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은 잘못된 역사 인식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 민심은 들끓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당장 광주를 찾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스러져 간 오월 영령과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1일 1실언’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유력 대선주자의 말실수가 이어지는 건 좋지 않은 징조다. 이번에 윤 전 총장은 “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를 등용해 시스템 정치를 하겠다”라고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 초년생의 말실수라고 치자. 윤 전 총장은 파문이 커지자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5·18과 군사 쿠데타는 잘못했다고 분명 얘기했다.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앞에 떼고 뒤에 떼는데 전문을 보면 다 나온다”고 해명했다. 자기는 잘못이 없고 매번 언론이 문제라는 식이다. 문제가 있는 발언을 해놓고서 파문이 일면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 또한 제대로 알아야 사람도 잘 쓸 수 있는 법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호남에 공을 많이 들였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광주 5·18 묘역을 직접 찾아 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무릎 사과’까지 했다. 윤 전 총장의 이번 발언은 해당 행위에 가깝다고 본다. 전두환 관련 발언이 나온 날에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통화 녹취록까지 언론에 공개돼 국민의힘을 향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실언이 계속되면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공허하게 공정과 정의를 외치기보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소양부터 제대로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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