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무엇이 더 해로운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살인은 불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해 뉴스위크에 실으면 퓰리처상을 받는다. 섹스는 합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해 잡지에 실으면 감옥에 간다. 무엇이 더 해로운가“ 누가 한 말일까? 영화로도 잘 알려진 성인잡지 의 발행인 래리 플랜트다. 는 같은 경쟁지들이 비교적 점잖은 포르노를 표방할 때 노골적인 성행위 사진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이 나체로 일광욕하는 사진을 몰래 촬영해 공개한 사건은 너무 유명하다. 숱한 논란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플랜트는 스스로를 1조의 옹호자라고 주장했다. 플랜트는 자신을 비판한 복음주의 목사 제리 폴웰을 향해 노골적이고 성적인 패러디물을 게재했고, 폴웰은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플랜트는 제1조를 근거로 의 게재 내용은 공인을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이자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고, 연방대법원은 결국 플랜트의 손을 들어줬다. 심지어 는 폴웰을 근친상간자라고 주장했는데도 대법원은 공인에게 아무도 사실이라고 믿지 않을 비난을 한 행위는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성인잡지 의 래리 플랜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신념으로 발행

대장동 개발로 관심 집중 경기도 국감
국감장엔 조폭 SNS 사진과 여배우뿐

국회의원들 신념이 있는지 궁금
표현의 자유가 국감의 품격을 깎아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마침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여서 더 많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관심의 초점은 이른바 대장동 개발 문제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누가 얼마를 어떻게 배당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관의 누가 민간의 누구와 또 어떻게 결탁하고 얼마를 대가로 받았는가 궁금하기는 하다. 솔직히 무슨 뉴타운 건설이니 신도시 건설이니 택지지구 개발이니 주거단지 재개발이니 하는 사업들이 온갖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사실은 온 국민이 다 안다. 그런데도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사업을 계획할 때부터 부정한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장치들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의 기본방향을 올바로 잡고 원칙대로 추진해 나간다면 부정부패나 비리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으로 줄어들 터이다. 그래서 TV로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이런저런 개발사업들을 추진할 때 어떤 방식이 옳은가를 두고 여야의 국회의원들이 바람직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정작 국감장을 뜨겁게 달군 것은 조폭과 여배우였다. 과거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이었다는 이가 이재명 지사에게 주었다는 뇌물 돈더미를 공개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사회관계망에 돈자랑 한다며 올렸던 사진이었다. 난데없이 공개된 어느 여배우의 인터뷰는 더 가관이다. 이미 법원에서 판단한 사건이기도 하지만 백 걸음을 양보해 혹시라도 그 여배우와 이재명 지사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 지사가 비난받을 만한 언행을 했다고 가정하자.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감사와 그 일이 무슨 상관인가? 언제부터 국정감사가 이렇게나 남의 연애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에게는 래리 플랜트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외설물 제작자에 불과할는지도 모르겠다. 플랜트 자신도 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플랜트에게는 자신이 자유주의자이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신봉자라는 신념이 있었다. 국감장에 조폭의 돈 사진이나 여배우의 인터뷰를 가지고 온 국회의원들에게는 어떤 신념이 있는지 궁금하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신념일까?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는 꼭 이렇게 국감의 품격을 가장 천박한 도색잡지인 보다 못한 수준으로 타락시켜야만 지켜지는 것일까? 아무튼 좋은 점도 있다. 공짜로 보여 주는 국감 중계를 틀면 굳이 돈을 내고 도색잡지를 안 봐도 되니 말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