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코로나19 첫 경구용 치료제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선구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일 자카르타글로브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과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를 구매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코로나의 타미플루’로 불리는 몰누피라비르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긴급사용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들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몰누피라비르 제조사인 머크와 선구매 계약을 비롯해 해당 알약을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루훗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단순 구매자를 넘어 머크사가 인도네시아에 생산 시설을 갖추길 기대하며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 정부도 지난 7일 “15만 개의 몰누피라비르를 사들이는 구매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국 질병관리청도 최근 “머크, 화이자, 로슈와 경구용 치료제 구매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최소 2만 명분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호주, 뉴질랜드, 대만, 태국 등도 몰누피라비르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싼 약값도 도마에 올랐다. 몰누피라비르가 사용 승인되면 미국은 170만 세트 구매에 총 12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를 쓴다. 이는 1세트에 700달러(82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만 머크는 올 6월 나라마다 차등 가격제를 적용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승훈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