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동규 일만 “기억 안 나”… 국감 넘겼지만 의혹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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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출석한 두 번의 ‘대장동 국정감사’는 이 지사의 해명을 무너뜨릴 소위 ‘한 방’이 없었다는 점에서 외견상 야당의 패배로 평가되지만, 정작 핵심 의혹들에 대한 의구심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야권은 이 후보가 전날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대장동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음독 사실을 언급한 것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언론 보도에도 없었던 내밀한 팩트를 이 후보만 알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한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는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며 의구심을 키웠다. 이 후보는 전날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유 전 본부장이) 작년부터 이혼 문제 때문에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며 “제가 들은 바로는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던데 들어보니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음독 사실은 이날 이 후보의 발언으로 처음 드러났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 사실을 누구로부터 들었느냐고 추궁하자, 이 후보는 “그분이 우리하고 전혀 인연 없는 분이 아닌데 제가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아는 사이 아니겠나”라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전달자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건축설계사무소 운전기사 경력이 고작인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핵심 요직에 임명되는 과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물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추후 “본부장 인사는 공사 사장이 하는 것”이라고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지사, 유동규 음독 시도 언급
처음 드러난 사실 ‘전달자’ 모르쇠
“유동규 임명 과정도 기억 안 나”
이익 환수 조항 삭제 의혹도 여전
국힘, 이 지사 위증죄 고발 방침


이에 원 후보는 민주당 관련 인사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면서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음독 시도를 한 것은)‘토사구팽’이 이뤄지는 것에 시위한 것”이라며 “유동규가 핸드폰을 던지기 전에 두 시간 동안 통화했다. (통화한 상대는 이 후보의)복심이면서 유동규까지도 잘 알고 달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너무 확신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도 “근거가 있다. 전화하는 걸 옆에서 본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사실이라면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측근은 아니다’는 이 후보의 설명을 믿기 어려운 것은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상당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의 초과이익에 대한 환수 조항이 빠진 과정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두 차례의 국감에서 “애초 사업자 공모 내용에 이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이걸 넣으면 지시 위반이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에서 수차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건의가 최종 협약서에 빠진 데 대해서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자신과는 무관한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문제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행안위 국감에서 ‘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됐다가 7시간 만에 삭제됐다’는 질문에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라며 마치 자신이 이를 주도한 것처럼 발언한 것과는 해명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배임 의혹을 회피하기 위해 ‘주어’를 바꾼 것”이라며 21일 이 후보를 위증죄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사는 두 차례 국감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야당의 대장동 의혹 공세를 상당히 해소했다고 보고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 측에서는 이르면 22일께 지사직에서 사퇴하고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어 원팀 선대위 구성을 위한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은 물론 여당 후보로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22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오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기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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