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끌어들인 한옥… 관람객을 끌어들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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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을 그림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동시점을 이용해 새로운 산수화를 그리는 작가, 조종성의 개인전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 조현화랑 해운대에서 31일까지 열린다. 어두운 화면 위를 흐르는 안개와 거대한 집의 형체 속에 세밀하게 그려진 자연의 풍경이 몽환적이다. ‘이동시점으로 본 풍경’이라는 작품이다.

“자연을 한쪽에서 보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 풍경을 거닐고 바람·냄새를 느끼는 등 오감으로 담아와서 그린다는 의미입니다.” 조 작가는 ‘머리와 가슴에 담아와서 그림을 그린다’는 선조들의 이동시점이 마음에 와닿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조현화랑서 조종성 개인전
몽환적인 풍경 속에 집의 형체
이동시점 이용해 그린 산수화

조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동아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한성대 대학원에서는 서양화를 공부했다. 그는 부산비엔날레 스태프, 현시대미술발전모임, 문화소통단체 숨 등 다양한 단체 활동에도 참여했다. “돌고 돌아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군요. 처음엔 먹으로 집 풍경을 그렸는데 좀 더 관념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의 그림에서 거대한 한옥 형상이 보인다. 보통 집의 의미는 안정된 휴식이나 재충전을 위한 공간이지만 조 작가는 집에서 밖을 보는 것을 생각했다. “창을 내어 바깥 세계를 보거나 집에 바깥 세계를 들여오기 위해 그림을 달기도 하잖아요. 집이 단절된 공간 같지만 하나의 통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걸 상징하고 대입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림 속 한옥의 배경인 동시에 한옥 형상을 깨는 안개나 구름 이미지는 연한 먹을 차근차근 올려서 누르기를 반복해 만들었다. 경복궁 집옥재의 모습을 담은 4폭짜리 대작에서는 눈발이 흩날리는 것 같다. “경주에 있을 때 밑 작업을 한 그림인데 겨울에 많이 추웠어요. 아교반수를 하며 붓 자국이 생기지 않게 분무기로 뿌렸는데 바로 얼어서 맺히더군요.” 자연의 협조로 작품에 색다른 분위기가 입혀졌다.

한옥 형상 안에 금색 안료로 그린 기암괴석과 나무, 폭포의 물줄기가 생생하다. 조 작가는 밑그림 없이 바로 그려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세밀한 풍광은 평소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한 영향이다. “기장에 작업실이 있는데 해바라기와 호박을 직접 키우고 있어요. 식물을 키워보면 하룻밤 사이에 쑥 자란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조 작가는 밤에 식물과 사마귀 같은 곤충이 노는 모습을 상상해서 옮기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반짝이는 달 같은 이미지의 작품은 재료의 물성을 실험한 결과이다. “아교 성분 때문에 먹을 많이 올리면 반짝이게 됩니다. 한때 먹으로 종이에 두께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해서 몇십 번 먹을 올렸더니, 나중에는 토해내듯이 더는 먹이 안 올라가더군요.”

조 작가의 그림은 멀리서 보면 한옥 형상이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 내부의 산수화 곳곳으로 시선을 끌어들인다. 그는 관람객을 가상의 공간으로 이끌고 싶다고 했다. “그림으로 보이는 것만 느낀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2D지만 3D처럼 그림 안에 들어가서 노닐다 보면 보이지 않은 것이 보일 것이고, 상상 속의 풍경도 보이겠죠.” 051-746-8660. 월~일 매일 관람.

오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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