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김지인 추진단장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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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섬 매개로 통합형 다원예술제 준비합니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김지인 추진단장. 김민진 기자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김지인 추진단장. 김민진 기자

‘트리엔날레(triennale)’. 이탈리아어로 ‘3년마다’라는 의미의 형용사다. 지금은 3년 주기로 열리는 국제적 미술전으로 통용되고 있다. 밀라노 트리엔날레, 카네기 국제현대미술전, 구겐하임상전, 인도 트리엔날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인구 13만 명 남짓의 작은 항구도시 경남 통영이 이런 세계적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태세다. 내년 3월 개막하는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첫 단추다.

사실 통영은 길가 서 있는 벅수(장승)조차도 시 한 수 거뜬히 한다는 예향의 도시다. 인구 대비 문화예술인이 많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다.

‘천재음악가·현대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윤이상을 비롯해 ‘한국문학의 대모’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을 비롯해 청마 유치환, 초정 김상옥, 소설가 김용익 등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모두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

통영트리엔날레 첫 무대의 총괄 기획을 맡은 김지인(47) 추진단장은 “섬과 바람을 주제로 통영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곳곳에 남은 흔적을 통해 진정한 통영다움을 이야기해 보려한다”고 말했다.

여수박람회 등 참여 베테랑 기획자

섬 연구 프로젝트 맡다 통영과 인연

도시 전체 하나의 미술관으로 꾸밀 것

관광경영·문화관광·전시컨벤션·관광커뮤니티 분야 초빙교수로 활동해 온 김 단장은 사실, 연구자‧문화기획자로 여수세계박람회, F1국제자동차대회, 광주 光엑스포 등 국내외 국제행사 실행계획수립에 참여해 온 베테랑 기획자다.

통영과는 2008년 중앙정부 섬 관련 발전계획 프로젝트에서 섬 연구를 진행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8년부터 지역 문화예술, 관광, 도시재생 분야 정책자문‧사업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통영은 주력 산업인 중소 조선소 몰락 이후 이를 대체할 산업이 필요해졌다. 가장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문화예술과 관광분야”라며 “트리엔날레는 문화예술과 문화관광을 산업으로 전환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신규 건축 없는 공간재생형 이벤트이자, 국내 최초 섬을 매개로 다양한 예술 장르를 포괄하는 통합형 다원예술제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예술을 매개로 지역의 가치를 찾고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도록 도시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는 “국내 많은 비엔날레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단순한 문화예술 국제행사가 아닌 전문가‧애호가‧관람객‧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모두의 예술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인 추진단장. 김민진 기자 김지인 추진단장. 김민진 기자

세계가 인정한 거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이 수두룩한 통영이지만, 이를 한데 묶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물리적 환경과 경험의 차이가 크다.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이다.

김 단장은 “풍부한 자산에 비해 이를 담을 공간이 부족하다. 주제관으로 활용 가능한 규모의 미술관은 아예 없다”고 아쉬워했다. 게다가 국제적 규모의 종합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한 경험도 없어 작은 것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 일단 지역 내 50여 장소를 조사, 분석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또 문화재단과 추진단을 중심으로 통영시, 통영국제음악재단, 지역 예총과 미협 등 문화예술단체, 시민단체와 협력관계를 강화해 경험 부족을 메우고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개월여. 어렵게 첫 단추를 끼우고 있는 김 단장의 가장 큰 바람은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김 단장은 “제1회 트리엔날레가 지역에 문화예술플랫폼을 구축해 관련 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계기가 되고, 이를 경험한 지역 청소년이 예술가로 꿈을 키워 이후 개최될 트리엔날레 땐 작가, 예술감독, 큐레이터, 예술행정가 등 주인공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영은 역사를 통해 장착된 문화적 DNA를 갖고 있다. 시민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새로운 통영르네상스를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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