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LPGA 20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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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당시 함경남도 원산항 세관 구역인 바닷가에 영국인이 6홀짜리 골프 코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이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일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명확한 근거가 없어 1921년 조선철도국이 미국인의 설계로 지금의 서울 효창공원에 만든 9홀 규모 코스가 한국 최초의 골프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골프장을 만든 시기를 헤아리면 이 땅에 골프가 시작된 때는 그보다 더 빨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게 따지면 한국 골프의 역사도 10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이런 한국 골프의 역사에 최근 기념비적인 일이 생겼다. 엊그제 한국 여자 프로골퍼 고진영(26)이 부산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으로 한국인 200승의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모인 LPGA 무대에서 통산 200승을 거둔 나라는 미국(1527승) 외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LPGA 투어 한국인 우승의 역사는 1988년 당시 미국에 진출한 지 3년 차였던 고 구옥희(1956~2013) 선수로부터 시작된다. 구옥희는 그해 3월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합계 11언더파로 한국인 여자골퍼 최초로 LPGA 정상을 밟았다. 한국 여자골프 역사상 기념비적인 일이었으나, 구옥희의 우승은 당시 국내에선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둔 때여서 그런지 온통 관심이 올림픽 개최에 쏠려 있었고, 또 국내의 골프 열기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10년 뒤 박세리의 우승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인데, 당시엔 한국인 최초의 우승이라는 의미를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LPGA 200승은 구옥희의 첫 승으로부터 33년이나 걸려 이뤄졌다. 여기에 오기까지 미국 진출 초기 멤버인 박세리, 김미현을 거쳐 신지애, 박인비 등 48명의 우승이 징검다리를 놓았다. 2000년 이후 LPGA의 역사는 사실상 한국 선수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선수들이 LPGA에서 100승(2012년 유소연·제이미 파 톨레도 클래식)을 거두기까지는 24년이 걸렸지만, 이후 200승까지는 불과 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최근 들어 한국의 상승세가 꺾인 것이 아니냐는 일부 평가도 있지만, 엄청난 연습량과 특유의 승부 근성으로 여전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가 앞으로도 300승, 400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계속 국민의 즐거움이 되어 주길 바란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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