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영문도 모르고 멈춘 일상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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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네트워크 대란

KT발 인터넷 마비 사태로 부산에서도 유·무선망에 동시다발적인 장애가 발생했다. 부산 시민의 일상도 한순간에 멈췄다. 부산에서는 40분 가까이 이어진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금융 거래부터 교통 신호 체계, 회사 업무, 식당 결제 시스템까지 온갖 피해가 쏟아지는 등 말 그대로 ‘대혼란’이 빚어졌다.

25일 KT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부터 40분가량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전국에서 인터넷·모바일·IPTV·전화·결제 서비스 먹통 사태가 불거졌다. 인터넷 검색부터 결제, 증권 거래 시스템 등 KT 인터넷 전반에 걸쳐 서비스가 ‘올스톱’됐다. 3년 전 발생했던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에 비해 피해 범위가 전국적으로 넓어 보상 요구도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무인점포 매장·식당 결제 못해
직장선 카톡 먹통돼 업무 혼선
중간고사 치르는 대학서도 혼란
고객 항의 전화에 애먼 상인 골탕

이날 인터넷 장애로 부산 시내 점포 결제가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이와 함께 해당 업체 고객센터로 고객 문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상담 직원도 영문을 몰라 곤욕을 치렀다. 부산에서 제과 유통업을 하는 이 모(30) 씨는 “인터넷망 문제로 한순간 무인점포 매장 결제가 마비되면서 고객센터로 전화가 쏟아졌다”며 “고객센터 직원들도 영문을 몰라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고, 무인점포는 점포대로 매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인터넷 마비 사태는 점심을 앞둔 시점에 벌어져 식당과 카페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결재기기가 먹통이 돼 카드 사용이 되지 않아 계산을 못 하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

서면의 한 식당 사장 구 모(45) 씨는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매출이 뚝 떨어졌는데, 하루 영업시간 중 가장 중요한 시간에 카드 결제를 할 수 없어 손님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인터넷망 복구도 KT 공식 발표 시간에 비해 늦어져 영문도 모른 채 피해만 봤다”고 화를 냈다.

도심에서는 통신 장애로 신호등을 비롯한 교통 신호 시스템이 오락가락하며 운전자를 골탕먹였다. 신호등 작동을 제어하는 교통신호 제어기가 통신사 모뎀과 연동된 탓이다.

인터넷이 한순간 마비되면서 주식 투자자들도 애를 태웠다. 해운대구 우동에 거주하는 시민 최 모(65) 씨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하지 못해 원하는 시점에 거래를 하지 못할까봐 진땀을 흘렸다. 인터넷이 먹통이 된 줄 몰랐던 그는 휴대전화로 MTS에 반복해서 접속을 시도했지만, 오류 안내만 뜰 뿐이었다. 나중에서야 소식을 들은 최 씨는 “집에서는 KT가 아닌 다른 회사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어 급히 노트북을 켜 주식 거래를 시도했다”며 “하마터면 오전에 거래를 못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이 마비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다름 아닌 직장인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무실에서 온라인 업무가 중단됐다. 중소기업 팀장 유 모(44) 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카카오톡이 작동하지 않아 한참을 헤맸다. 업무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메시지 송신이 되지 않은 것.

가까스로 팀원들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그마저도 계속 통화가 끊어졌다. 유 씨는 “처음에는 내부망 문제인 줄 알고 시설팀 직원을 부르는 소동이 벌어졌는데 알고 보니 KT 통신망 전체의 문제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일하는 박 모(40) 씨도 갑작스러운 인터넷 장애 탓에 고객 항의를 받느라 진땀을 뺐다. 박 씨는 “오전에 고객의 급한 요청을 받고 등기 서류를 팩스로 보내야 했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안 돼 ‘오후 안에 다시 해주겠다’며 거듭 사과했다”며 “KT 통신망 문제인 줄도 모르고 점심시간 내내 쭈그려 앉아 컴퓨터를 껐다 켜기만 반복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으로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는 대학생들도 혼란을 겪었다. 대학생 이 모(26) 씨는 “시험이 오후 4시로 예정돼 천만 다행이었지만, 시험 때까지 인터넷이 복구되지 않을까봐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사회부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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