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명… 사표 안 내면 박살” 성남도개공 황무성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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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당시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에게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진상 정책실장,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등을 언급하며 사표 제출을 종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황 사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수익 배분 방식 등을 놓고 유 전 기획본부장과 대립한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 등 ‘윗선’이 대장동 사업의 민관 합동 방식 추진을 위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진상 등 언급하며 사퇴 종용
유한기-황 사장 40분간 대화
하루 세 차례 면담 결국 사직서
사표 낸 날에 ‘화천대유’ 설립
이재명 “녹취 파일 모르는 일”
국힘 “사퇴 강압은 이재명 하명”

검찰은 황 사장과 유 본부장이 나눈 대화 녹취 파일을 확보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24일 황 전 사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대화 녹취 파일은 2015년 2월 6일 녹음된 것이다. 당시 황 사장은 유 본부장에게 “시장 허락을 받아 오라고 그래”라며 사표 제출을 거부했다. 유 본부장은 황 사장의 답변 직후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 놓은 것 아닙니까. 아이 참,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이미 끝난 걸 미련을 그렇게 가지세요”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이 “이렇게 버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또 시끄럽게 갈까 봐”라고 말하자 황 사장은 “누가”라고 물었고, 유 본부장은 “지휘부가 그러죠”라고 언급했다. 유 본부장은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박살 납니다”라고 답했다. 유 본부장과 황 사장의 40분간의 대화 녹취 파일에서 유 본부장은 정진상 전 정책실장을 8번, 유 전 기획본부장을 11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4번 언급했다.

유 본부장은 당일 하루 동안 황 사장을 세 차례 면담했고, 결국 같은 날 밤늦게 사표를 제출받았다. 황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날은 바로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설립일이기도 하다. 황 사장의 사퇴 이후 유 전 기획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이후 화천대유의 민간사업자 선정과 사업 협약 등이 체결됐다.

검찰은 녹취 파일을 토대로 24일 황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녹취 파일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정 전 실장은 “황 사장 사퇴 문제를 누구와도 상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25일 이른바 ‘황무성 녹취록’이 공개되자 일제히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녹취록에)‘사표를 내지 않으면 박살난다’는 발언까지 있다고 한다”며 “사퇴 강압이 이재명의 하명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각 캠프에서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의 지시 또는 동의 없이 어떻게 저런 대담한 짓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으며 윤석열 캠프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도 기자회견에서 “황 사장을 박살내고, 사표를 받지 못한 유 개발본부장까지 박살낼 사람은 이재명 시장 한 명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한수·이은철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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