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38) 시간과 공간을 탐색하는 작가, 최아자 ‘시공’
최아자(1941~)는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66년 중앙공보관 화랑(서울)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9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기획전에 참가하였다. 작품활동을 시작하던 1960년대 초 한국 화단은 추상미술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었다. 작가 역시 작업 초기부터 20여 년간 추상에 관심을 가졌다.
1960년대 초반에는 인물을 소재로 인상주의나 입체주의 경향처럼 환영적이거나 분절된 구성으로 인물과 배경이 혼재된 화면을 보였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추상이 본격화되면서 공간과 시간, 대상이 가지는 힘을 속도감 있는 붓질과 강렬한 색의 경쾌한 화면으로 구성한다. 이러한 특징은 구체적 형상이 나타나는 1980년대 중반까지 연결된다.
1990년대 초부터는 식물, 꽃, 곤충 등을 소재로 변형 캔버스를 이용하여 형상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그 대상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자연일기’ 시리즈를 제작하며 이러한 화풍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아자는 자신의 작업이 추상에서 구상으로 변화한 것에 대해 철모르는 어린 시절, 한국전쟁 발발로 시골로 가게 된 경험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말한다. 그 시절 “풍요로운 자연과의 만남”은 작가에게 “규율도 숙제도 없는 완벽한 해방과 자유의 시간”을 주었고 “유년기의 해방된 체험”은 작업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2차원 화면에서의 공간과 시간의 탐색이었다”고 작가는 밝힌다.
최아자의 추상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붓질로 표현되어 있다. 추상 초기에 제작된 ‘시공’(1965)은 채도가 낮은 색들이 주를 이루고 일정하지 않은 형태들이 중첩되어 있다. 복잡하게 겹치고 얽힌 색과 붓질로 공간의 밀도와 깊이의 표현에 집중하며 내밀하게 응축된 화면을 보여준다. 이런 표현은 실재와 가상, 혹은 서로 다른 시공간의 공존 등 보이지 않는 시공간의 층위를 투영한다. 조은정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