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들·부츠·하이힐·스니커즈 초점 맞춰 역사·문화적 쟁점 조명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엘리자베스 세멀핵

지난 26일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국적 정기선사 사장단과 간담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 제공

‘나는 신발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를 생각해보자. 신발이 많든 적든 그 앞에서 상당 시간을 고민했을 터. 오늘의 옷차림과 어울릴지, 오늘 방문할 장소는 어디일지, 누구를 만날지 등 신발을 고르기 위해 꽤 많은 조건을 따져봤을 것이다. 의식적으로 한 행위는 아니지만, 당신은 신발을 통해 분명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엄숙한 자리에 가야 하지만 저항의 표시로 스니커즈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고,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면 단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장식이 화려하지 않은 구두를 선택했을 것이다.

신발은 때로 자유며, 때로 도전이자 저항
사회 정체성 구축 어떤 역할 했는지 다뤄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떤가? ‘신발은 때로는 자유며, 때로는 도전이고 저항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바타 신발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인 엘리자베스 세멀핵이 펴낸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를 읽고 나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네 가지 주요 신발의 전형인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초점을 맞춰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쟁점들을 조명한다. 자유를 위한 투쟁 그리고 여가 활동에서 샌들이 왜 선택받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부츠와 남성성의 관계,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에 대해 살펴본다. 또 스니커즈는 어떻게 편하게 신는 신발에서 가장 주목받는 고급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었는지 등을 신문과 잡지, 문학작품 같은 방대한 자료를 통해 흥미롭게 펼쳐놓는다.

단순히 신발 스타일의 변천사만을 다루는 것뿐 아니라 ‘신발은 어떻게 사회적 정체성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도 다룬다.

요컨대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50년 4월의 일기에 ‘꽉 끼는 신발보다는 모카신이나 샌들, 아니면 아예 맨발이 더 낫다’라고 썼다. 19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사상가 에드워드 카펜터는 신발을 ‘발을 위한 관’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처럼 검소하고 단순한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샌들은 타인에게 의지하는 않는 삶, 주류 사회에 대한 거부, 자유의 상징이었다.

나이키는 초창기부터 농구화를 선보였지만 ‘에어 조던’은 한마디로 스니커즈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전설은 1984~1985년 시즌 중에 마이클 조던이 에어 조던을 신고 코트에 발을 디딘 순간 시작되었다. NBA는 즉각 ‘복장 통일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던에게 징계 처분을 내리고 벌금을 부과했다. 나이키는 굉장한 광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탁월한 재능과 기술을 지녔으며 거침없는 노력파였던 마이클 조던은 규칙을 무시하며 경기마다 에어 조던을 착용함으로써 미국이 중시하는 개인주의의 가치를 높이는 인물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인간은 왜 신발을 신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뜻밖의 놀라운 대답을 들려주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신발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곧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항상 우리 삶과 가까이에서 함께하지만, 발아래 있어 관심을 두기 쉽지 않았던 신발. 그 평범한 사물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가 흥미롭다. 엘리자베스 세멀핵 지음/황희경 옮김/아날로그/448쪽/2만 8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dosol@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