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내가 아는 우리 동네 책방
이소정 소설가

나는 거의 매일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는 편이다. 가끔 동네 책방에도 가는데 그 둘은 성격이 좀 다르다. 인터넷 서점에서 나는 주로 새로 나온 신간을 확인하고 작가들의 인터뷰와 책 소개를 챙겨 본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열어보는 것은 ‘편집장의 선택’이라는 코너다.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출판시장에서 그 코너는 그 주의 추천 책들을 소개한다. 출판 일을 하는 친구가 그곳에 책이 소개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페이지이고,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여기에 당도한 신간을 가장 빠르게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하던 서점을 어느 날 아들이 이어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아들의 머리도 점점 하얗게 세고 있는 곳이다.
책 냄새를 풍기는 그곳으로 가면
누구나 다 아는 기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인터넷 서점에 밀려 한동안 문을 닫는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작고 의미 있는 서점들이 최근 몇 년간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 도시를 가나 숨은 보물처럼 작은 서점들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새삼 책이라는 물성이 가지는 힘을 느끼게 된다. 책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일. 그건 인터넷 서점의 빠름과 편리와는 분명 다른 즐거움이 있다.
나는 일주일에 서너 권의 책을 사는데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계획된 책을 소비한다. 그리고 동네 책방에서는 주로 계획에 없던 책들을 소비하게 된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신간을 사고 동네 책방에서는 출간 연도와는 상관없는 책을 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편집장의 선택’처럼 동네 책방에도 ‘주인장의 선택’이라는 포스트잇이 붙은 추천 코너가 있다. 손글씨로 또박또박 쓴 다정하고 따뜻한 책 소개에 넘어가 지갑을 열지 않기란 쉽지 않다.
동네 책방에서 숨어 있던 좋은 책을 사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모든 소비가 그렇듯이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기쁨이 있다. 김영하 작가는 산 책을 모두 읽었냐는 질문에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한 권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소설가는 아직 읽지 않는 책들이 꽂힌 책장을 두고 자신의 연장통이라고 했다. 모든 연장을 다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일단 다 있어야 하는 것들이라고 말이다.
‘당신이 없었던 세상과/당신이 없을 세상 사이에 있음을/더 없이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은이 없는 이런 아름다운 문구도 나는 작은 책방에서 보았다. 나는 이게 또 책 얘기인 것 같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는 동네 책방의 흥망과는 상관없이 그저 아주 오래된 책방도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문을 닫지 않는 곳으로 아버지가 하던 서점을 어느 날 아들이 이어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아들의 머리도 점점 하얗게 세고 있는 곳이다. 나는 가끔 그곳에 들르는데 그러면 기분이 좀 묘해진다. 인테리어도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오래된 책장에 쏟아질 듯 꽂힌 책이 천정까지 있는 그곳에서 나는 중학생일 때는 순정 만화를 읽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폭풍의 언덕>과 <데미안>을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다. 지금은 나 같은 문학소녀를 꿈꾸는 사람은 별로 없는지 그때 구석에 한 자리를 차지하던 파란색 목욕탕 의자는 사라지고 없다. 아쉬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오래전 조용하고 탐스럽게 내 꿈의 가지를 뻗어나게 해 주었던 책들이 점점 밀려나고 참고서나 문제집이 점점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동네 책방을 해서 먹고사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구나 아는 그 사실을 모른 척하며 전국 방방곡곡 문을 열고 책 냄새를 풍기는 그곳으로 가면 누구나 다 아는 기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