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니가"

며칠 전 인기 K팝 그룹 에스파 한 멤버가 인종 차별 용어로 인해 입방아에 올랐다. 그녀는 노래 부르는 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그 노래에 ‘niggar(니가)’라는 말이 여러 번 등장했다.
전 세계 팬을 가진 K팝 스타가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를 입 모양까지 보여주며 노래했다는 사실이 큰 논란이 되었고, 결국 그 멤버는 에스파 공식 트위터에 한글과 영문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니가’ ‘니그로’는 1900년대부터 미국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의도로 사용됐고,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과 더불어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한국어에서 상대방을 지칭하는 2인칭 표현 ‘니가’가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와 상당히 비슷하게 들린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흑인이 가수 싸이의 히트곡 ‘챔피언’이라는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노래의 후렴구에 “소리 지르는 니가/음악에 미치는 니가/인생 즐기는 니가 챔피언~”이라는 가사가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어 ‘니가’는 경상도에서 상대방을 뜻하는 ‘니’에 주격 조사인 ‘가’가 붙어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원래 ‘네가’가 맞는 말이나 ‘ㅐ’와 ‘ㅔ’의 발음이 비슷하게 들려 ‘내가’와 ‘네가’가 구별되지 않자 ‘네가’를 ‘니가’라고 발음한다는 해석도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너가’라는 표현도 쓰이기 시작해 꽤 많이 확산한 듯하다.
그런데 한국 대중가요 가사에 자주 등장했던 ‘니가’라는 표현도 시대가 변하며 이제 점차 줄어들 것 같다. 한국가요가 미국 빌보드차트를 비롯해 전 세계 인기곡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외국방송에 한국가요가 자주 나오게 된 것이다. 이는 곧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와 비슷하게 들리는 ‘니가’라는 표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공연할 때 대표곡 ‘페이크 러브’의 가사를 바꿔 부르고 있다. 원래 가사 중에 ‘니가 좋아하던 나로 변한 내가’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결국 좋아하던 나로 변한 사람’으로 부른다. 미국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올 때는 ‘니가’라는 부분은 묵음처리가 된다.
이번 에스파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 팬을 가진 K팝 스타들은 다른 인종, 문화에 대한 존중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