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전세 대출이자 대신 내준다지만… 까다로운 선정 기준에 ‘그림의떡’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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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야심 차게 내놓은 청년 전세 대출 무이자 지원사업(머물자리론)이 당초 목표인 200명을 못 채워 추가 모집하는 처지에 놓였다. 가뜩이나 전세를 구하기 힘든데 선정기준마저 까다로워 신청자 10명 중 7명 가까이 탈락했다.

부산시 ‘머물자리론’ 유명무실
전세난에 계약 시기 제한 규정 둬
탈락자 많아 156명 추가 모집

부산시는 머물자리론 사업 대상자 156명을 다음 달 19일까지 추가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머물자리론은 최대 1억 원의 전세 보증금 대출이자(연 1.5% 금리)를 최장 4년간 부산시가 대신 내주는 제도다. 작년까지 한도 3000만 원짜리였던 사업을 1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앞서 지난달 신청자를 모집(200명 목표)했더니 135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사업에 선정된 청년은 44명(32.6%)에 불과하고, 나머지 91명은 각종 조건을 맞추지 못해 탈락했다. 부산시는 소득(1인 또는 부부 합산 소득 4000만 원 이하)이나 자산 등 기초 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원한 사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 공고일 한두 달 전후로 맞춰 전세 계약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머물자리론 지원을 받으려면 신규로 전세 입주한 지 두 달 이내여야 한다.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는 사람도 계약 갱신일로부터 두 달 이내여야 지원할 수 있다. 요행히 사업 공고를 보고 그제야 전셋집을 찾아 계약하면 머물자리론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직장인 박 모(29) 씨는 “요즘 괜찮은 전세 매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고, 어렵사리 찾더라도 집주인이 융자를 끼고 있거나 월세에 육박하는 관리비를 내야하는 꼼수가 허다하다”며 “전셋집은 없는데 대출 조건은 나날이 까다로워져 마음만 급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청년희망정책과 관계자는 “전세 계약 시기에 제한을 두는 부분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내규로 돼 있어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손질하기 어렵다”며 “내년에는 올해처럼 한 번이 아니라 3월, 7월, 11월 등 여러 차례 사업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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