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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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기계공학 박사

최근 중국에는 천년에 한 번 있을 대홍수가 발생했다. 1년 동안 내릴 비가 사흘 동안 몰아쳤다는 것이다. 미국도 지난 7월에는 가뭄과 초대형 산불로 몸살을 앓았고, 뉴욕에선 133년 만의 폭우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온난화로 지쳐 버린 지구가 자기제어 능력을 잃어버린 결과이다. 선진국들은 안정화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월 세계기후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해사기구(IMO)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다. 그간 선박에서 방출된 온실가스의 국적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 IMO는 지난 6월에 2050년까지 감축 목표를 50%에서 70%로 높였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 급박해지고 있다.

2050년 선박 방출 온실가스 70% 감축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 점점 커져
납 냉각 소형원자로 기술로 수소 생산
부유식 복합 수소생산 시스템 관심 집중

디젤엔진으로 움직이는 선박의 퇴출이 가속되면서 세계 선박 관련 업계 및 기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아예 없거나 적은 연료에 서둘러 눈을 돌리고 있지만, 어떤 연료가 2030년 이후에도 지속적이면서 경제성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하다. 선박 가격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까지는 천연가스, 암모니아, 메탄올을 추진 연료로 채택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전통 화석연료인 오일(oil)보다 온난화 가스 배출이 비교적 적어서 선택의 여지 없이 사용하고자 하는 추세다. 하지만, 2050년까지 50% 이상 줄일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한 가지 연료만 남는다. 바로 수소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소를 어떻게 값싸게 생산하느냐이다.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애초부터 청정한 그린 전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풍력으로부터 얻어 낸 전기로 수소를 생산해 내는 시도가 고려되고 있다. 이 풍력 또한 좋은 바람이 많이 있어야 경제성이 있다. 센 바람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균등한 바람이 일정하게 부느냐에 경제성이 달려 있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최근 유럽 선진국은 소형원자로를 이용한 수소 생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화력발전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친환경 에너지 생산량은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최근 유럽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발전의 양이 줄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달 12일 그린수소 분야의 리더가 되고 소형 신형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프랑스 2030’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에너지산업전략부는 10월 중순 ‘넷제로(net-zero·탄소 순배출량 0) 전략을 세우고, 원자력 발전을 2050년 탄소배출량 감축계획의 핵심임을 밝혔다. 재생에너지 100%를 주장하는 독일이 뒷문으로 주변국의 원자력 전기를 수입하는 현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세계는 더욱 안전한 첨단 소형 원자력발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출력이 훨씬 작아(50분의 1 이하) 크기가 작고 건설 비용이 저렴하며, 후쿠시마와 같은 복합재난으로 모든 안전장치가 고장 나더라도 방사능 유출이 전혀 없도록 개발되고 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이 중심이 되어 상용이 가능한 저농축우라늄으로 핵연료 교체 없이 40년 이상 가동할 수 있는 납 냉각 소형원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동네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을 때 방사능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인 납으로 원자로를 둘러싸 열에너지를 얻어 내는 방식이라 일반인에게도 설득력이 있다. 벨기에, 영국, 러시아, 중국, 스웨덴이 납 냉각 소형원자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바다 근처에 공장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도입하면 적절해 보이지만, 그러기에는 몇 가지 해결 사안이 있다. 유럽의 바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육지까지 송전 비용은 어떤지, 그리고 송전탑 설치에 따르는 주민 민원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지 등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소산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데 원전의 활용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영국 에너지전문기업인 루시드 카탈리스트사의 분석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의 여파로 조선기자재 공급망이 흔들리자, 북구의 전통적 해양 선진국들이 아시아에 의존해 온 조선-해양 설비산업을 자국으로 회수(Reshoring)해 벌써 원자력 바지선과 원자력 선박을 개발하고 조선-해양 탄소중립이라는 블루오션을 준비 중이다. 이 소형원자로를 부유식복합생산시스템(FPSO, 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에 올리게 되면, 탄소중립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탄소중립의 30년 전쟁에 포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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