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굴 가격 고공행진인데 어민들은 울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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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경남 남해안 굴 가격이 심상찮다. 출하 개시 직후 연일 역대 최고가를 넘나들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어민들 입장에선 반색할 일인데, 마냥 달갑진 않은 표정이다. 지난여름 고수온 후유증으로 인한 더딘 성장과 인력난 등 잇따른 악재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이대로는 거부감 탓에 되레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데다, 자칫 시즌 최대 성수기인 김장철 특수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국내 최대 굴 생산자 단체인 경남 통영의 굴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첫 경매 이후 생굴 산지 가격이 열흘 넘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첫날부터 10kg 들이 1상자 평균 16만 2000원으로 초매식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고가는 17만 9000원을 찍었다. 이어 지금까지 평균 12만 9000원을 기록 중이다. 평년에 비해 40% 이상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20%가량 올랐다.

폭염에 알맹이 적어 생산량 감소
지난달 첫 경매 후 가격 상승세
급등했던 지난해보다 20% 인상
소비자 부담에 수요 급감 우려도

생산 차질로 인한 물량 감소가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수협 공판장 하루 위판량은 80t 남짓이다. 90t을 훌쩍 넘었던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10%이상 줄었다. 업계는 비만도(살이 오른 정도) 저하와 인력난을 지목한다. 여름 기록적 폭염이 몰고 온 이상고온에 바닷속 굴 역시 제대로 성장을 못 했다. 알맹이가 작다 보니 같은 양을 수확해도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어른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돼야 상품성이 있는데, 이에 못 미치는 것들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현장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남해안 굴 산업 종사자는 줄잡아 1만여 명. 이 중 핵심 인력인 박신 여공 대부분이 6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하다. 3D 업종을 기피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대신해 그동안 부족한 노동력을 메워 준 게 외국인 노동자다.

초기엔 수확 작업과 수송을 돕는 단순 노동에 그쳤지만, 지금은 박신 등 숙련 작업까지 도맡으면서 이제는 없어선 안 될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중간 유통을 책임지는 가공공장까지 포함하면 생산 시즌 중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는 최소 2000여 명 이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나친 가격 상승에 따른 역풍 우려도 크다. 당장은 일반 소비자가 사 먹기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기호식품이라 소비 흐름에 따라 한순간에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등 돌린 소비자를 붙잡으려 유통업계는 무리해서 할인행사를 하고, 이를 위해 어민은 원료를 헐값에 파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김장철이다. 굴 양식업계는 초매식을 기점을 이듬해 6월까지 생굴을 생산한다.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이달 중순에서 남부 지방 김장이 마무리되는 내달 말까지를 연중 최대 성수기다. 김치의 감칠맛을 내는 재료가 굴이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고된 노동에 따른 ‘김장 스트레스’ 탓에 직접 김치를 담그는 가정은 해마다 줄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김장 주재료인 배추와 무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마늘 소금 쪽파 등 부재료 가격이 껑충 뛰어 부담이 더 커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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