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분권, 국세 편향 조세체계부터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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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달 29일 개최한 지방재정 개혁 관련 학술행사에서 소멸 위기의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선 지난해 기준 26.3%인 지방세 비율을 4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지방의 재정자주도 역시 현재 65.7%에서 80% 수준까지 높일 것을 주문했다. 지방 소멸의 근본 원인이 재정을 중앙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지방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음을 적시한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올해로 30년이 됐음에도 자치분권의 길은 여전히 요원한 게 현실이다. 이날 학술회의는 그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획기적인 재정분권이 시급함을 강조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그다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세 운용까지 통제
국세와의 비율 획기적 조정 필요

재정 권한의 지방 이양 문제는 해법이 매우 어렵다. 기실 문재인 정부의 당초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목표치는 6 대 4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9년 1단계 재정분권 추진안 발표 때 목표치를 7 대 3으로 바꿨다. 그나마도 지키지 못했다. 지난 7월 확정한 2단계 재정분권 추진안에서는 목표치를 더 하향 조정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역의 비판을 의식해 3단계 재정분권 논의를 이어 갈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임기 말 상황에서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재정분권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재정 구조는 지나치게 중앙집중식이다. 한 예가 지방정부의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방세 감면이나 비과세의 결정권이 관련법상 중앙정부와 국회에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정부나 지방의회는 중앙정부가 특정 분야에 대한 지방세의 비과세나 감면 결정을 내려도 세수 손실을 감내해야 할 뿐 아무런 법적 결정권이 없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조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방세 감면율 등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실정에 맞지 않게 획일적으로 지원되는 정부의 국고보조사업 또한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분권의 핵심은 각종 권한 등에서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치분권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재정권이 아직까지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있어 지역민이 지방자치를 체감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재정권이 중앙에 종속된 데에는 우리의 조세체계가 국세 위주로 지나치게 편향돼 있는 탓이 크다. 조세법률주의라는 명분 아래 지방재정도 국세의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틀을 결정하게 되고 중앙정부가 지방세까지 통제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진정한 재정분권이 가능하려면 그런 조세체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최소한 지방세의 경우만이라도 과세권자인 지방정부가 운용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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